웨스 앤더슨의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외
넷플릭스 ▶▶▶▶▷
올해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다시금 도약한 웨스 앤더슨이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네편의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했다. 40분가량의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비롯해 15분 남짓한 <독> <백조> <쥐잡이 사내>가 그것이다. 개별로 떼어놓고 봐도 근사하지만 단숨에 재생할 때 훨씬 연결된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브 파텔, 루퍼트 프렌드, 리처드 아이오아디 등이 작품별로(또는 작품 안에서도) 자리를 옮겨가며 내레이터가 되어 관객을 분할된 픽션의 세계로 안내한다.
<해리의 소동>
시리즈온, 왓챠 ▶▶▶▶
잭 트레버의 소설을 영화화한 앨프리드 히치콕의 <해리의 소동>은 감독 자신이 제일 좋아한 작품이었다. 피상적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촌극이지만, 그 가벼운 외피 안에 쉽게 덤비지 못할 큰 농담이 무게 추로 자리한다. 버몬트의 어느 숲에서 발견된 해리의 시체. 그의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생전 그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은 각자 해리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짐작하며 시체를 유기하려 한다. 죽은 해리는 짐짝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게 된다. 거장 히치콕의 이름을 비껴가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지만, 동시에 그의 장기가 예측 불가능하게 멀리까지 나아간 사례라고 일컬을 만하다
<귀를 기울이면>
넷플릭스 ▶▶▶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다독가인 시즈쿠는 대출한 책의 도서카드마다 세이지라는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한다. 누구길래 자신보다 일찍, 이렇게나 많이 읽은 것일까. 한편 시즈쿠는 요즘 들어 자꾸만 마주치는 한 남학생이 얄미워 죽겠고, 단짝친구 유코는 같은 반 남자애를 짝사랑한다는 속내를 고백한다. 모두가 첫사랑에 들떠 있는 15살 여름, 시즈쿠는 계속해서 부딪히던 그의 이름이 다름 아닌 세이지임을 알게 된다. 바이올린 제작 장인을 꿈꾸는 세이지는 실은 오래전부터 시즈쿠 곁을 맴돌고 있었다. 문학 밖을 경험하자 문학적으로 확장되는 성장의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지는 애니메이션.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
시리즈온, 웨이브 ▶▶▶
이고르 레빗을 생각하면 동시대와 가장 잘 어울리면서 동시대에 거의 없는 연주자라는 인상이다. 스스로 말하길 그는 ‘소음유발자’다. 이는 그가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말썽꾼 이웃이라는 사실을 뜻하는 한편,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끊임없이 뉴스를 생산하는 시민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레빗은 전 독일연방의회 의장 볼프강 쇼이블레와 헌법에 관해 토론하고,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인 홍보 수단이자 감정의 분출구로 사용하는 등 자신에게 드리운 베일을 벗기고자 애쓴다. 위기를 사유하는 소음은 찬란한 음악과 명쾌한 언어 사이를 넘나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