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톡 투 미’, “짧아야 본다”는 작금의 관람 문화를 적극 반영한 호러
2023-11-01
글 : 정재현

혼잡한 파티장에서 콜(아리 매카시)이 애타게 동생 더켓(소니 존슨)을 찾는다. 후미진 방구석에서 더켓을 찾은 콜은 황급히 동생을 데리고 나가지만 무언가에 씐 듯한 더켓은 흉기로 형을 공격하고 자신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의문의 공포가 지나간 후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미아(소피 와일드)가 등장한다. 어머니를 여읜 미아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아버지와 소원하다. 가정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는 미아는 친구 제이드(알렉산드라 젠슨)의 집에 주로 머문다. 제이드의 동생 라일리(조 버드)의 픽업을 대신할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가 된 미아는, 어느 파티장에서 숏폼 챌린지를 경험한다. 이 챌린지는 악령을 소환하는 주문인 “내게 말해”(Talk to Me)를 외치며 시작한다. 이후 “널 들여보낸다”라고 주문을 외면 90초간 짧은 빙의를 경험할 수 있다. 미아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 모두는 이 경험에 중독돼 쾌락을 느끼고, 급기야 어린 라일리까지 이 챌린지에 도전하게 된다. 이때 라일리의 몸속으로 미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유령이 들어온다. 미아는 어머니가 반가웠던 나머지 그만 90초의 시간 제한을 넘기고 만다. 이후 라일리는 악령에 종속돼 이상행동을 끊임없이 보이며 자신과 주변을 해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끔찍한 밤을 보내던 그날, 미아의 눈에 죽은 어머니의 환영이 비친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화제를 모은 <톡 투 미>가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톡 투 미>는 여러모로 2023년의 영화 관람 풍경을 닮은 호러다. “짧아야 본다”는 현대 관객들의 콘텐츠 관람 문화를 반영하듯, 영화는 스토리 내부로 형식 자체로 대세가 된 ‘숏폼’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재빠르게 컷을 이어붙인 영화의 편집 방식 또한 영화가 소재로 삼는 숏폼과 더없이 어울린다. 2020년대 특히 각광받는 영상 문화의 향유 방식과 제작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톡 투 미>는 동시대 관객에게 현실에 있을 법한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시의성은 감독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대니 필리푸와 마이클 필리푸가 신체 훼손을 포함한 고어 영상을 제작해 세계 각국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라카라카>(RackaRacka)의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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