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의 각본가를 말할 때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이름이다. 1988년 단막극의 각본가로 데뷔한 그의 수식어는 스타 작가였으나 이제는 사회파 작가로 바뀐 지 오래다. 영화로 영역을 넓힌 사카모토 유지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공동 각본을 거쳐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 이르러 가장 그답다고 부를 수 있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래서 사카모토 유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각본을 맡았다는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낯설다.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는 사람의 마음과 행위의 본질을 한가운데 둔 채 등장인물의 대화로 그 주변을 에둘러 간다. 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에는 차마 언어로 건드리지 않고 침묵으로 남겨진 부분에 진실이 있을지 모른다고 믿게 되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괴물>에서 위로 향하여 뻗은 두 소년의 손은 보이지 않는 무엇을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온 사카모토 유지의 화법과 환영처럼 겹쳐 보인다.
<괴물>의 국내 개봉에 맞추어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화상으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에서 때로는 간결하고 쉽게, 때로는 신중한 말로 주저하며 질문에 응한 사카모토 유지에게서 진심의 무게가 느껴졌다. 작가의 책임과 의무를 말할 때 그는 확신에 차 있었고, 사람의 마음을 말할 때 그는 여느 작가들처럼 단언을 유보했다. 그러니 어쩌면 다시 묻는대도 그는 기꺼이 모른다 답할 것이다. 허공에 흩어진 소년의 방백이 가닿으려는 곳은 어디인지. 주고받는 말 가운데에 놓인 그 자리는 텅 비어 있는 공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심연인지를.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영화 <괴물>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2017년인가 2018년쯤 프로듀서 두 사람과 함께 모여 오리지널 영화 각본을 써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에는 감독이 정해지지 않았고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도 뚜렷하지 않은, 완전한 백지상태였다. 프로듀서 중 한명이 나에게 드라마 각본을 써왔으니 그 점을 살려 챕터를 나누는 구성으로 쓰면 어떨지 제안했다. 다음은 어떻게 될지, 앞은 어땠었는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각본은 지금처럼 3부로 구성했다. 플롯이 결정된 단계에서 누구에게 연출을 부탁하면 좋을지 논의가 이어졌고 그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언급됐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창작 스타일이 많이 다르던가.
= 사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제껏 직접 각본을 써왔기 때문에 연출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평소 존경하는 감독이었기에 내가 쓴 각본을 수락할지 걱정도 됐고. 그런데 연출 제안 이후 감독에게서 즉각 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그래서 플롯이 정해지자마자 고레에다 감독과 공동 작업을 시작해 함께 대본을 써나갔다. 이따금 고레에다 감독이 뭔가를 제안하거나 장면에 대한 의미를 물어오면 내가 대답하는 식으로 각본 작업을 진행했고, 감독의 이견은 없었다. 처음부터 캐스팅은 염두에 두지 않고 각본을 썼다. 나중에 감독과 프로듀서 두명, 나 이렇게 네 사람이 논의하며 캐스팅을 정해 나갔다. 주로 프로듀서와 감독이 결정을 내렸고 나는 따로 의견을 내지 않았다.
- 세 갈래의 다른 시점으로 이뤄지는 3부 구성이 특징적이다.
= 주인공의 적으로 여겨지는 인물로 시점을 바꾸는 구성은 TV드라마 <마더>나 <그래도, 살아간다>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다. 다중 시점으로 각본을 다시 써보려는 생각은 이때부터 있었다. 작품의 주제 면에는 자기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피해를 본 건 잘 기억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준 일은 알아채기 힘들지 않나. 이걸 어떻게 각본화할지 계속 고민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이 바로 시점을 세 부분으로 나눈 구성이었다.
- 다중 시점은 본인의 경험이 반영됐다고 들었다.
= 맞다. 일본에서도 몇번 얘기한 적 있는데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겪었던 일이다. 신호가 빨간불이어서 멈췄는데 내 앞에 트럭이 한대 있었다. 그런데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었는데도 한참을 꼼짝하지 않는 거다. 이상해서 경적을 몇번 울렸다. 잠시 뒤 트럭이 움직이고 나서야 휠체어에 탄 사람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트럭은 그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것뿐이었다. 그때 사정도 모르고 경적을 누른 게 내내 마음에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가 알지 못한 채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었다가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했다.
- 이야기의 중심에 두 소년이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서 아이들은 친숙한 존재지만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는 새롭다.
= 지금껏 TV드라마 각본 위주로 작업해왔는데,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주역을 맡는 건 아주 어렵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려면 유명한 아역 스타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이들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걸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중심인 이야기를 쓰지 않았던 이유는 그게 전부다. 다만 소년이 중심인 이야기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에게도 60, 70년대에 아이였던 때가 있었고 항상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 일은 기억나지 않아도 50년 전의 어린 시절만큼은 또렷하게 떠오른다. 옛 추억이라는 건 매일 쌓이는 새로운 정보보다 큰 자리를 차지하는 법이니까. 모든 사람이 그럴 테지만 나도 어린 시절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고 괴로운 기억이나 트라우마도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도 많아서, 다시 고쳐 쓰고 싶은 옛 추억은 내 창작의 등을 떠밀어주는 메인 테마 중 하나다. 어렸을 때 친구에게 잘해주지 못한 일이나 싸웠던 일, 아니면 어른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경험, 당시 보았던 풍경, 그날그날 느꼈던 감정들, 쓰라린 고통, 주로 쓰라린 고통이지만 이런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게 마음을 울린다. 사실 현재의 이야기를 쓰는 게 내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이 매우 정교하다. 반복되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활용한 장치와 영화적 설계들이 다중 시점 구성을 받치고 있다. 반면 이런 치밀함과 달리 미나토가 지우개를 줍는 장면같이 명확히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긴장감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 물과 불의 이미지 반복은 그렇게까지 의식하고 쓴 건 아니다. 내 안에 간직하고 있는 영화적 기억이 불이나 비, 화재와 태풍을 불러온 게 아닐까 싶다. 지우개를 줍는 장면은 고레에다 감독도 의아하게 여겨서 이 장면에 무슨 뜻이 있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이게 나한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서 불가사의할 것도 없고, 미스터리하게 여기게끔 만들려는 의도도 없었다. 예를 들면 피곤한 날에 멍하게 있는 것과 비슷하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랄까. 고레에다 감독이 이 장면을 의아하게 여겼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해주어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끼고 있다.
- 처음 <괴물>을 봤을 때 인물을 오해하게 만들어 관객을 실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타인을 알고 나서 이해하기’라는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 한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인간을 이해할 수는 없다. 영화를 보고 이 사람은 이러저러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큰 착각이다. 작품을 막론하고 이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제작자, 감독, 각본가는 관객들이 ‘이 등장인물을 방해꾼이라고 생각도록 만들자’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움직이도록 덫을 설치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평소에 영화를 보고 ‘이 캐릭터는 좋고 이 캐릭터는 싫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함정에 빠진 거다. 사실 진실은 이야기 바깥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 안에서 묘사하는 악인이 프레임 바깥에서는 좋은 사람이고, 선인이라 생각한 사람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지 않나. 작가로서 내가 창조한 세계 안에도 이런 거짓이 있기 때문에 세 부분으로 나눈 다중 시점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선입견에 누군가가 의문을 품어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하는 말에도 역시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하면서 바꾼 내용이나 설정이 있다면.
= 등장인물 설정은 일본에서 ‘이력서’라고 부른다. 플롯을 짜고 각본을 쓰기 전 단계에서 이 사람은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등의 내용을 인물마다 썼다. 각본이 나와서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독이 ‘이 역할에 대해서 조금 더 알려달라’고 하면 별도의 설정을 쓰거나 하는 식이었다. 모든 내용은 촬영 전에 완성되었고 촬영 도중에 바꾼 것은 없다.
- 각본가로 작업하면서 영화 <괴물>에서만 겪은 일도 있나.
= (오랜 생각 끝에) 그간 주로 TV연속극을 써왔고 영화 각본을 써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아서 나에게는 거의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드라마는 각본을 전부 완성하고 나서 촬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만들어진 1화, 2화를 보면서 후반 스토리를 구상하는 식이다. <괴물> 작업 때는 촬영 전에 각본을 완성했기 때문에 드라마처럼 실시간으로 공을 주고받는 과정 같은 건 없었다. 또 뭐가 있을까. 드라마 작업을 할 때는 내 의견을 말하는 편이다. 역할의 어떤 부분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연출자에게 말해서 다음 화에서는 바꿀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해왔다. 반면 이번에는 감독한테 완전히 내맡겼는데, 그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 <괴물> 각본을 쓰면서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그림이 있었을 텐데 완성된 영화에서 이를 능가하는 장면이 있나.
= 숲속에 망가진 전차가 나오는 장면은 처음에 어렴풋한 이미지만 있었다. 그러다 다 같이 로케이션 헌팅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내가 ‘여기에 전차를 놓자’고 말했다. 이후 거기에 맞춰 다시 각본을 고치면서 장면을 만들어갔다. 보통 각본을 쓸 때는 영상이나 배우가 대사를 말하는 장면을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걸 문자화한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는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는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배우들은 내가 생각했던 연기보다 아득히 멀고 더 풍부하면서 깊숙이 있는 것을 건져올려준다.
-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일본의 20대가 향유한 문화를 세세히 다룬다. 다른 세대의 문화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괴물>에서도 아이들의 놀이와 대화가 무척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 각본가는 에세이스트와 달라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는 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35년 이상 써오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관해 쓴다는 것 역시 특별하지 않다. 자신과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쓰려는 시도 자체가 각본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감각이다.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과연 이게 통할까 하는 걱정과도 별개다. 각본가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에서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 글을 쓰기 전과 완성한 뒤의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당신은 쓰고 싶은 것에 가까이 다가가는 중인가.
= 그 엄청난 시간차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다. 그게 싫다. 오늘 쓴 것이 바로 내일 공개되면 좋겠다. 그렇지만 내 직업은 그런 게 아니라서 이미 포기하고 있다. 지금 당장 쓰고 싶은 게 있다 해도 다시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는지라. 생각하고 있는 게 바로 작품이 되면 좋겠지만 한편으론 그러지 못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틱톡이나 유튜브같이 온라인에서의 자기표현이 시간차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며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한다. 나는 그보다 이전 세대의 사람이라 내가 살아온 방식이 익숙하다. 만약 내가 생각한 이야기가 3년 뒤에 나온다고 해보자. 지금 봤을 때 별로였던 부분이 시간이 지나 공개될 무렵에는 오히려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영화는 각본을 쓴 시점에서 2년이나 3년 뒤에 개봉하는 때도 있으니 요즘은 그때 보아도 괜찮다 여겨질 만한 걸 고려하면서 쓰고 있다.
사카모토 유지의 순간들
2000년대 이래로 사카모토 유지가 내놓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희비극이다. 그가 그리는 인물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거짓말을 지어낸다. 작은 거짓으로 못나고 초라한 자기 자신을 가리고, 큰 거짓으로 쉬이 용납하기 힘든 반사회적 행위를 덮는다. 우리는 매일 어제의 아픔은 마치 거기에 없는 듯 오늘을 살아간다. 사카모토 유지는 ‘그러니 사소한 거짓쯤 있어도 괜찮다고, 진실이나 거짓이 무엇이든 당신이 보아온 그 모습이 바로 일부의 진실 아니겠냐’고 말하고 싶은 걸까. 솔직하게 아파하고 어쩔 줄 모르는 몸짓으로 사과하며 서로를 끌어안는 사카모토 유지의 결정적 순간들을 정리해봤다.
<마더>(2010)
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은 아동 학대로 방치된 제자를 유괴하기로 결심한다. 유괴로 맺어진 어머니와 딸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중학교에서 일어난 따돌림과 의문의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학원·법정 드라마인 <우리들의 교과서>를 기점으로 사회파 작가로 자리매김한 사카모토 유지의 명맥을 잇는 작품.
<그래도, 살아간다>(2011)
하나의 살인 사건, 그 후에 남겨진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이야기. 호숫가에서 살해당한 소녀의 남겨진 가족에게는 사소한 기쁨조차 누릴 새가 없다. 가해자의 가족은 이웃과 사회의 냉랭한 시선에서 살인자를 가족으로 둔 죄의식을 안고 숨죽여 살아야 한다. 쉽게 용서할 수 없을 지라도 증오가 계속될 순 없다는 사카모토 유지의 가족 드라마.
<최고의 이혼>(2013)
웃음 뒤에 반드시 씁쓸한 뒷맛이 찾아온다. <최고의 이혼>은 아내에게 열렬한 불만을 품은 남편과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어 보이는 아내를 그린다. 관계의 끝에서부터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복잡미묘한 로맨틱 코미디.
<콰르텟>(2017)
사중주를 위해 모인 네 남녀주인공. 첫날부터 닭튀김에 레몬즙을 뿌릴지 말지를 두고 한참 입씨름하는 장면은 <콰르텟>을 한번에 설명한다. 사소한 주제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긴 대화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행간을 뒤집으며, 에피소드의 의미를 담아낸다. 이런 사카모토 유지의 특징이 가장 예리하고도 산뜻하게 드러난다.
FILMOGRAPHY
영화2023 <괴물> 2021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005 <김미 헤븐> 2004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1998 <도쿄 아이즈>
드라마2022 <첫사랑의 악마> 2021 <오마메다 도와코와 세명의 전남편> 2018 <아노네> 2017 <콰르텟> 2016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2015 <문제 있는 레스토랑> 2014 <모자이크 재팬> 2013 <우먼> 2013 <최고의 이혼> 2011 <그래도, 살아간다> 2010 <마더> 2008 <태양과 바다의 교실> 2008 <엽기적인 그녀> 2007 <우리들의 교과서> 2006 <톱 캐스터> 2004 <사랑스런 그대에게> 1991 <도쿄 러브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