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ituary]
[추모] 고 김수용 감독을 기억하는 영화인들의 말
2023-12-08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정일성 촬영감독 “김수용의 영화엔 시대정신과 인간 영혼에 대한 탐구가 깃들어 있으며, 그는 한국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경지를 열었다. 영화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나쁜 영향도 끼칠 수 있다. 국적 불명의 폭력적인 영화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그와 같은 어른이 모두 떠났다는 것이 슬프다. 후학들이 그의 영화를 계속 찾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갑내기로서 우리는 오래 함께한 동료이기도 했는데, 김수용은 언제나 귀를 열어두고 듣는 감독이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화학과 광학을 아우르는 카메라의 과학적 정보를 최대한 전하려 애썼다. 이만하면 우리는 훌륭한 친구 아닌가. 나도 머지않아 곧 따라갈 테니 친구여, 부디 쉬엄쉬엄 가시게.”

배우 신영균 “나는 죽어서도 김수용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박찬욱 감독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은 읽었어도 그것을 원작으로 한 김수용 영화 <안개>는 보지 못한 채였다.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다 쓰고야 그 영화를 봤다. 윤정희 선생님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그렇게 거침 없을 수가 없었다. 정훈희 선생님의 노래가 그렇게 아련할 수가 없었다. 촬영하고 후반작업하는 내내 의식했다. 한국 문화와 한국영화의 계보 속에 내 작품을 자리 잡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김에 <야행>도 보았다. 똑같이 윤정희, 신성일 주연에 김승옥 각본이지만 <안개>는 1967년 영화고 <야행>은 1977년 영화다. 두편 다 지금 보아도 지극히 현대적이다. <야행>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안토니오니 같은 선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게 있어 김수용 감독님은 한국영화 최고의 모더니스트다. 본받고 싶다.”

배우 강석우 “신인배우였던 나를 촬영 첫날에 다방으로 불러내 비싼 담배 한갑을 말없이 쥐어주신 그 뜻은 무엇이었을까. 내 이름, 돌 석자에 비 우자를 직접 만들어주시며 비 맞은 돌처럼 평생 깨끗하게 살라고 했던 말씀을 기억하며 살 것이다.”

김성수 감독 “유현목 감독님의 제자로 있던 시절에 김수용 감독님을 뵐 수 있었다. 부드럽고 유머러스하지만 자신의 생각만큼은 언제나 선명했던 멋쟁이, 내게 감독님은 그렇게 기억된다. 영화감독이 가져야 할 소신과 자기 주장, 프라이드가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나는 특히 <사격장의 아이들> <저 하늘에도 슬픔이>처럼 척박한 현실을 정직하게 관찰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따뜻하게 감싸안는 김수용 감독의 사회적 리얼리즘 영화들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근간이 된 리얼리즘의 효시로서 1960년대 한국영화를 이끈 김수용 감독님은 동시대 영화인들의 영원한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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