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첫 쇼케이스를 필두로 유엔이 주최하는 ‘2022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포럼’ 연설, 총 11개국에서 열린 첫 월드 투어 <싱크: 하이퍼 라인> 등 에스파의 여정은 전세계를 아우른다. 이 거침없는 횡단은 지젤에게 가장 잘 맞는 보폭이었다. 일본 국적이면서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영어와 더불어 유년 때부터 경험한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은 지젤만의 당찬 리듬을 키웠다. “상대적으로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영화, 노래 등 문화적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게 된 것 같다.”
아티스트 지젤의 첫 페이지는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에 담긴 에스파의 그것과 닮았다. “한때 화가나 배우를 꿈꾸기도 했지만 항상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던 그녀는 뒤늦게 접한 K팝에 운명적인 두근거림을 느꼈다. 데뷔 직후 2년여의 비대면 시대를 거친 에스파로선 무대에서 처음 마주한 팬들의 응원이 그러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퍼포먼스에 임하는 건 같지만, 확실히 팬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무대 위에서 느끼는 감정이 더 크다.”
흔히 ‘핫 걸’ 바이브나 ‘지젤력’으로 정의되는 특유의 자신감은 뛰어난 회복 탄력성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그에게 콘서트의 압박감은 오히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더 긍정적인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첫 단독 콘서트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멤버들과) 서로 위로와 응원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공연 전 찾아온 슬럼프를 “인정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의연한 자세에서도,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영화 속 인터뷰에서도 지젤의 단단한 성정이 엿보인다.
“우리 멤버들은 가족이라고 말하고 싶어요!”라며 웃는다. 그리고 “팬덤 마이는 사랑입니다!”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처럼 지젤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도 같은 진중한 단어들을 힘들이지 않고 꺼낸다. 함께 에스파의 신화를 쓰고 있는 공저자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 역시 지젤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