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WHO ARE YOU] ‘외계+인’ 2부 이시훈
2024-02-01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호랑이를 모방한 우슈 동작도 배워봤지만 질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 고양이가 될 것인가. 좀더 가볍게? 귀엽게?” 신정근의 우왕 옆에서 활달한 젊은 고양이-인간을 연기하게 된 이시훈은 “독에 마비된 무륵(류준열)을 주무를 땐 ‘꾹꾹이’하는 듯한 움직임을, 밥을 먹을 땐 앞니가 아닌 어금니로 음식을 베어무는 모습을 표현”했고, 부채에서 튀어나와 달리던 고양이들이 인간으로 변모하는 장면에선 “가뿐한 사족보행의 달리기를 재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생생하게 회고했다. 2부에 이르면 좌왕은 한층 더 동료애를 부르는 존재로 도약한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의 의미를 짚어내는 불교적 대사, “뜰 앞의 잣나무”가 이시훈의 몫이다. “내가 누군가를 깊이 아끼며 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계속해서 감정적인 접점을 키워가며 연기했다.”

영문학과의 희곡 발표 수업 중 자기 안의 ‘배우 기질’을 확신한 이시훈은 군 제대 후 진로를 바꿔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갔다. 누군가가 왜 배우가 되었냐고 물으면 “그저 그러고 싶었다”고 대답하던 그이지만, 계기는 줄곧 일상에 스며 있었다. <엑스파일>의 멀더 역으로 유명한 아버지 이규화 성우가 “거실에서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놓고 연습하는 것을 늘 보면서 자랐던” 덕분이다. 대학에서 정의신 연극연출가(겸 극작가)의 눈에 들어 오디션 제안을 받은 뒤 데뷔작 <바케레타>에 이어 <가을 반딧불이> <아시안 스위트> 등을 함께했고, “무대에서 땀을 많이 흘려도, 목이 쉬어도 그 불완전함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을 던지는 법”을 배웠다. “30대 초까지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암흑기였던 시기를 지나 인생의 변곡점”이 찾아온 시기엔 <기생충>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있었다. <기생충> 오디션에서 목표했던 역할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눈길에 따라 날카로움과 순연함을 오가는 배우의 말간 인상을 눈여겨본 봉준호 감독이 그에게 기우(최우식)의 병실을 찾은 ‘형사답지 않은 형사’ 역을 맡긴 것이 커리어의 기폭제가 됐다. “늦게 시작했으니 자기 의심을 할 시간이 있다면 더 노력하는 데 쓰겠다”는 이시훈에게 당분간 흔들릴 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질 것 같다. 안판석 PD의 신작 드라마 <졸업> 막바지 촬영을 앞둔 그는 곧 조진웅의 든든한 조력자 역을 맡은 <데드맨>으로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FILMOGRAPHY

영화 023 <외계+인> 2부 2022 <외계+인> 1부 2019 <기생충> 2018 <목격자> <마녀> 2016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드라마 2023 <국민사형투표> 2022 <사랑의 이해> <O'PENing(오프닝) 2022-저승라이더> <지금 우리 학교는> 2021 <꽃 피면 달 생각하고> <키마이라> <갯마을 차차차> 2020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포레스트> 2019 <트랩> 2018 <남자친구> <미스터 션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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