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리뷰] 나를 성장시키는 씁쓸한 연애에 관하여, <우견니> 리뷰
2024-02-21
글 : 이유채

‘한 도시에서 만난 서로 다른 두 청춘. 한때 서로 유일했던 두 사람. 소소한 일에도 즐거웠던 그 시절. 진지하게 그와 남은 여생을 꿈꾸던 그녀. 이대로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지금 가진 걸 앞으로도 소중히 여길래.’ <우견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랫말은 자오양과 저우찬이 함께 거쳐온 긴 시간을 함축한다. ‘너를 만나’(=우견니) 자기 삶을 사랑하게 된 이들은 이제 네가 없이도 앞으로 나아간다.

<우견니>의 사랑은 전학을 타고 시작한다.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 저우찬(이문한)이 베이징에서 외진 도시 추잉시로 이사온다. 인재 배출로 유명한 추잉시가 아들의 명문대 경영학과 진학이 인생 목표인 그의 부모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우찬은 어쩔 수 없이 미술에 대한 꿈을 접지만 같은 반 여학생 자오양(서약함) 덕분에 다시 붓을 쥔다. 저우찬의 그림 실력을 알아본 자오양이 본인이 운영하는 오락 클럽에 붙일 포스터를 그릴 기회를 그에게 준 것. 저우찬은 자오양의 지지에 힘입어 미술 대회에 나갈 용기를 얻고 자오양은 항간에 떠도는 루머로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 저우찬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두 사람은 사귀기로 한다. 저우찬이 베이징으로 돌아간 뒤에도 둘은 연애를 이어간다. 각자의 상황을 알 수 없어 종종 난감해하고 늘 막차 시간에 전전긍긍하는 롱디 커플이지만 결혼이란 미래도 내다본다. 그러나 대학 졸업 뒤 자오양이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반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저우찬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면서 둘의 관계도 휘청인다.

<우견니>는 첫사랑을 추억하지만 미래를 본다. 4년 만에 고향 추잉시를 찾은 직장인 자오양이 저우찬을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자신을 만나는 걸로 시작하는 영화는 9년가량의 연애 시절을 돌아본 뒤 자오양이 있는 현재로 안착한다.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목표가 생긴 10대 후반, 장거리 연애와 바쁜 대학 생활로 뜨겁게 지나가는 20대 초반, 일과 사랑을 힘겹게 병행하는 20대 중반까지 통과한 영화가 종착지에 이르러 내놓는 결론은 돌아가고 싶은 그때 그 시절이 아니다. 연애를 통해 관계 맺는 법을 배운 젊은이의 성장담이길 원하는 영화는 과거에 다정한 작별을 고한 뒤 고향을 가뿐히 떠나는 자오양의 뒷모습으로 끝맺는다. 표현에 서툴고 오해를 바로잡지 못해 자주 냉전을 치를지라도 관계를 지키고자 긴 시간 노력했던 경험은 두 청춘에게 자양분이 되어줄 거란 믿음을 자오양의 마지막 미소에 담는다. ‘우린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까, 더 좋은 사람이 될 거야’라는 자오양의 결말 내레이션으로 한층 성숙해진 이들의 앞날을 축복한다. 2020년대의 사랑이 어떻게 달콤할 수만 있느냐는 듯이 집, 차, 계급 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때때로 냉정하다고까지 여겨지는 <우견니>는 낭만성을 강조해온 중화권 로맨스영화가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며 특색 있는 위치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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