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밥 특유의 어투를 고스란히, 배우 킹즐리 벤어디어
2024-03-14
글 : 박수용 (객원기자)

- 영국 영어와는 단어, 문법, 억양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자메이카 고유 언어인 파트와를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 주변의 자메이카인 친구들이 밥(말리)의 인터뷰 영상을 대본으로 적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현장의 자메이카 언어 전문가에게도 코칭을 받았다. 함께 출연한 배역의 98%가 자메이카인이었던 덕분에 소통이 더 자연스러웠지 않았나 싶다. 언어도 문제였지만 밥 특유의 어투를 살리는 일도 중요했다. 밥의 인터뷰 영상을 반복해서 따라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 평화의 상징으로서 밥 말리의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영화는 그의 나약한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고뇌에 감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나.

= 1976년의 암살 시도로 인한 트라우마는 앨범 《Exodus》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밥이 겪었던 혼란한 시간에 대해 밥의 가족과 친구, 당일 함께 무대에 올랐던 밴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반복해서 들려준 이야기들은 밥의 인터뷰에 남아 있는 기록들과 맞아떨어졌다. 나의 해석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었다.

- 실제 밥 말리를 잘 아는 가족과 주변인들 앞에서 연기하는 일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 처음 며칠간은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언자가 되었다. 네빌 개릭과 지기 말리를 비롯한 밥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 연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 밥과 리타는 대화보다 눈빛과 표정을 통해 교감한다. 러샤나 린치와 합을 맞추는 과정은 어땠나.

= 그들의 관계는 조건 없는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18살 무렵부터 함께한 사이다 보니 굳이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러샤나와는 촬영 전 6개월 정도 교류할 시간이 있었다. 함께 대본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의 성숙하고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첫 촬영에 임할 때는 정말 서로를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런던은 당신에게는 고향이지만 밥에게는 이질적인 망명의 공간이다.

=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밥이 느끼는 외로움과 분리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Exodus》 작업 당시 밥과 런던에 함께 있었던 네빌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 자메이카에 도착했을 때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내 안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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