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영화의 이론>
2024-03-19
글 : 이다혜
사진 : 최성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 김태환, 이경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영화 매체 고유의 힘과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영화이론의 고전. 정성일 평론가의 말마따나 “영화이론의 고전주의 시대가 있다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이 책은 그 마지막 위대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에 따르면 영화는 본질적으로 사진의 연장선에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와 사진은 동일한 매체적 특성을 공유한다. 하지만 영화감독에게는 사진작가보다 조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폭넓게 열려 있다. 영화의 가능성이 사진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차원까지 아우르므로. 그렇다면 사진이나 소설이나 연극과는 구분되는 특징으로서의 ‘영화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통찰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이 책은 영화와 다른 매체를 구분 짓는 가느다란,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선에 대한 분석이다. 읽기 쉽지는 않지만 읽기가 괴롭지만은 않은 이유다. <영화의 이론>에서 크라카우어는 연극 연기와 영화 연기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영화비평가들은 영화배우를 연극배우와 비교하여 이야기할 때 보통 연극배우의 과장된 언어와 몸짓을 지적하곤 한다. 실제로 연극배우는 분장이나 행동 모두 ‘부자연스러운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연스러움의 환영을 창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측면에서 ‘영화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비영화적인 이야기 형식들부터 살펴보자면, 유독 한 가지 유형이 도드라진다. 그것은 바로 ‘연극적 이야기’로서, 그것의 원형이 연극인 까닭에 그렇게 불린다. 즉, 비영화적인 이야기들은 전통적인 문학 장르를 따르는데, 특히 연극의 방식을 좇는 경향이 있다.” 크라카우어는 소설을 각색한 많은 영화들이 원작의 정신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 “소설이 아우르는 정신적 연속체는 영화가 전유할 수 없는 요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서 존 포드의 <분노의 포도>와 르네 클레망의 <목로주점>은 뛰어난 영화로, 장 르누아르의 <마담 보바리>와 클로드 오탕-라라의 <적과 흑>, 존 휴스턴의 <모비 딕>은 진정한 영화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13장 ‘막간: 영화와 소설’을 읽을 것.

500쪽

추격을 “영화 매체의 궁극적 표현”이라 불렀던 앨프리드 히치콕은 탐문 스릴러의 위대한 기초를 닦았다. 그가 다른 감독들과 달랐던 점은 그의 뛰어난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정신물리적 상응 관계에 대한 독보적으로 예리한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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