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독립예술영화관의 SNS 활용법 특정 세대, 기념일, 시네필의 취향을 노린다
2024-04-11
글 : 이자연

SNS 마케팅은 반드시 전략적이고 거대 규모로 구성되어야만 하는 걸까. 자기만의 속도로 SNS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해나가는 작은 영화관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브랜드의 색깔과 규모, 관객들의 기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홍보 창구를 운영 중인 곳들이다.

엣나인 @at9film

“스즈키 세이준 기획전을 찾아온 관객들은 스즈키 세이준의 두 번째 세대다.”(정성일 평론가) ‘장르의 혁신가’라고 불리며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인 B급영화계의 거장 스즈키 세이준은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자세하게 소개된 적이 없다. <유메지> <지고이네르 바이젠> <아지랑이좌> 등 그의 시선과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한 엣나인은 심도 깊은 시네필을 겨냥한 큐레이션을 내세웠고 SNS상에 입소문을 내면서 회고전 회차를 거듭하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잘 다루지 않는 작품을 선정하여 영화광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엣나인의 SNS 공략법이다.

에무시네마 @emu_cinema

<가여운 것들>을 기념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송곳니> 기획 상영, <추락의 해부> 오리지널 각본집 증정 상영회, <로봇 드림> 굿즈 패키지 상영회 등 2030세대 관객들의 참여를 도모하는 에무시네마는 SNS 계정도 전반적으로 이미지적이다. 특히 에무시네마의 아름다운 공간을 십분 활용한 홍보 사진들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기획전과 상영회 구성, 혼선을 주지 않는 짧고 명확한 설명 문구, 눈길을 사로잡는 스틸까지 SNS 마케팅이 갖춰야 할 A to Z를 성실히 임한다.

라이카시네마 @laikacinema

인스타그램이 주 활동 영역인 라이카시네마는 시즈널한 '#라이카특별상영'을 통해 라이카만의 SNS 마케팅을 전개한다. 시기 선정도 다양하다. 추석과 설,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 맞이는 물론, 개봉 20주년, 해외영화제 수상 기념 등 공식적인 기념일을 축하하기도 하고 여름 맞이, 겨울 맞이 등 계절 변화를 짚어가기도 한다. 갖다 붙이면 그게 뭐든 스페셜 에디션이 되는 엉뚱하고 귀여운 기획전은 라이카시네마이기 때문에 눈감아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SNS 마케팅이다.

한국영상자료원 @film_archive

팔로워 19만명의 위엄은 어디서 비롯한 걸까. 국내 현존하는 모든 영상들의 저장고이자 아카이브의 성지, 한국영상자료원은 모든 재원을 아낌없이 활용한다. 아카이빙으로서, 정보로서, 장르와 시대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하지만 한국영상자료원의 SNS 활용법은 다른 데 있다. 영화 이야기를 하는 다른 X 사용자의 포스팅을 인용 및 재게재하거나 “X에 언제 가입했는지 기억하시나요?”와 같은 SNS적 참여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임한다. 사람들 속에 뒤섞여 있긴 하지만 타인의 게시물을 건들지 않는 기업 공식 계정과 다르게 한국영상자료원의 것은 친근하고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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