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자>
쿠팡플레이 | 7부작 / 연출 박찬욱, 페르난두 메이렐레스, 마크 먼든 / 출연 호아 쉬안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드라 오 / 공개 4월1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익숙한 문법으로 맛깔나게 펼치는 역사에 대한 두 번째 시선
남베트남 정보기관에 잠입한 북베트남 스파이 캡틴(호아 쉬안더). 사이공 함락 직전 그에게 주어진 다음 지령은 본국으로 철수하는 미군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는 미국으로 망명한 남베트남 장군을 보필하는 한편 서부 대학에 자리 잡아 첩보 활동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첩자에 대한 장군과 CIA 요원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의심은 캡틴을 점점 조여오고, 가족을 죽인 공산당에 대한 증오에 불타는 친구까지 그를 괴롭힌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동조자>는 회고 형식의 서술을 통해 이념 대립과 다국적성의 혼란이 얽힌 기억의 실타래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베트남전에 대한 당사자의 시선을 담으려는 태도와 1970년대 서구권의 편협한 오리엔탈리즘을 비꼬는 블랙코미디가 적절히 합을 이룬다. 쇼러너이자 첫 3화의 연출자인 박찬욱 특유의 미학도 눈에 띈다. 도발적인 매치컷과 카메라워크, 색감과 균형미가 돋보이는 세트 디자인 등 그만의 익숙한 필치가 뚜렷하다. 스파이의 매끈한 표정 변화에 통달한 호아 쉬안더는 1인4역을 소화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존재감을 능가하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현재 2화까지 공개된 <HBO> 시리즈 <동조자>는 국내 수입사인 쿠팡플레이에서 매주 월요일 공개된다.
<퓨드 시즌2>
디즈니+ | 8부작 / 연출 거스 밴 샌트, 맥스 윙클러, 제니퍼 린치 / 출연 나오미 왓츠, 데미 무어, 톰 홀랜더 / 공개 4월2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참회의 순례와 난봉꾼의 활보가 나란히 발맞출 수만 있다면
196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피 튀기는 사생활을 그렸던 <퓨드>가 7년 만에 돌아온다. 1970년대 뉴욕을 무대로 삼은 새 시즌의 주인공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작가 트루먼 카포티(톰 홀랜더). ‘백조들’이라 불리는 상류사회 여성들의 게이 친구로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그는 점차 친구들의 가십을 파는 타블로이드 스캔들 작가로 타락한다. 1975년 <에스콰이어>에 발표한 글에서는 베이브 팰리(나오미 와츠) 부부의 추문을 폭로하고 심지어 앤 우드워드(데미 무어)의 살인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는데. 배신자에 대한 복수를 위해 백조들이 연합한다. <퓨드> 시즌2는 뉴욕 사교계의 우아한 외피와 난잡한 이면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유명인의 사생활과 불화라는 대주제 아래 전작과는 별개의 실화를 다루기에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미워할 수 없는 악동 트루먼의 연약한 심리는 그가 보는 환영과 난봉을 벌이는 침대 위, 심지어 변기 안까지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선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톰 홀랜더의 섬세한 연기와 <굿 윌 헌팅> <돈 워리>의 감독 거스 밴 샌트의 연출적 세공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특히 3화의 흑백 다큐멘터리풍 연출은 시리즈의 흐름에 이색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