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의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는 비슷한 듯 다르다. 주먹깨나 쓰는 형사 혹은 인간적 구석이 있는 조직폭력배로 양분하기에도 이들의 이상과 지향점은 제각각이다. 유사한 성정을 공유하는 수많은 마동석을 아케이드게임 <던전 앤드 드래곤>의 성향 분류를 참고해 아홉 카테고리로 재분류해보았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속 RPG 게임. 당신이 플레이할 마동석은 누구인가? 당신은 어떤 주먹을 골라 전장에 나설 것인가?
질서 선 /<부당거래> 마대호 <이터널스> 길가메시
어떤 유형? 법과 도덕을 준수하는 질서 유형과 이타주의적인 선 유형의 결합. 곤경에 처한 이들을 구하며 자신의 행동이 만인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따금 자기희생도 감내한다.
어떤 마동석? <부당거래>의 마대호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폭력2팀의 경위다. 강직했던 선배 경찰 최철기(황정민)가 부당거래로 타락하는 동안에도 대호만은 철기를 보필하며 그를 구할 방법을 고민한다. 길가메시는 우주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파견된 영웅 집단 ‘이터널스’의 정신적 지주다. 길가메시는 괴물 데비안츠로부터 인류를 수호하고 혼돈에 빠져 위기를 겪는 테나(앤젤리나 졸리)를 끝까지 보호한다. 그리고 대호와 길가메시는 각 작품에서 당연히 ‘주먹’으로 선을 실현한다.
질서 중립 /<굿바이 싱글> 박평구 <황야> 남산
어떤 유형? 자신이 믿는 법과 도덕 앞에선 선악이 판단 준거가 되지 않는 유형. 실의보다는 명분을 중시하며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충성한다.
어떤 마동석? <굿바이 싱글>의 박평구는 마동석의 필모그래피에서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톱배우 고주연(김혜수)의 스타일리스트로서 고주연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당하’고 ‘말려드’는 ‘브레인’이다. 주연이 꾸미는 계획이 대국민 기만인 걸 알지만 어디까지나 주연의 행복을 위해 사고를 수습하며 다닌다. <황야>의 남산은 대지진 이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괴력의 사냥꾼으로 살아간다. 그는 늘 눈에 밟히던 소녀 수나(노정의)가 악의 무리에 납치되자 자신이 믿는 원칙에 따라 수나를 구하러 떠난다.
질서 악 /<이웃사람> 안혁모 <악인전> 장동수
어떤 유형? 자신이 믿는 법과 도덕이 세상의 기준인 유형. 목표를 성취할 수만 있다면 악한 대상에 충성하거나 그 자신이 악이 되는 것도 불사한다.
어떤 마동석? <이웃사람>의 안혁모는 일수 건달이다. 폭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폭력 전과 7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승혁(김성균)에 의해 살해당한 이웃의 울분을 알아채는 순간 승혁을 응징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선다. <악인전>의 장동수도 도박장을 근거로 활동하는 건달이다. 사람을 해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는 동수는 연쇄살인범 강경호(김성규)에게 잘못 걸려 죽다 살아난다. 이후 범죄 소탕에 진심인 강력반 형사 태수(김무열)와 공조해 연쇄살인범을 잡는 데 앞장선다.
혼돈 선 /<38 사기동대> 백성일 <범죄도시> 시리즈 마석도
어떤 유형? 선행을 이상과 의무로 여기는 유형. 자신의 양심에 기반을 두고 법과 도덕이 충돌할 경우 도덕을 우선시한다.
어떤 마동석? <38 사기동대> 백성일은 서원시청 세금징수3과 공무원이다. 고액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잘 받아내기로 유명하지만 음모로 인해 징계를 받는다. 운영지원팀 팀장으로 좌천되기까지 한 성일은 사기꾼 양정도(서인국)과 손을 잡고 38 사기동대를 모아 탈세범들을 응징하는 프로젝트를 암암리에 준비한다. <범죄도시> 연작의 마석도의 원칙은 하나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법의 신판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 이래도 되냐”는 위성락(진선규)의 도발에 답하는 마석도의 대사가 그의 태도를 함축한다. “너같이 사람 죽이는 XX들한텐 이래도 돼.”
혼돈 선 /<군도: 민란의 시대> 천보 <부산행> 윤상화
어떤 유형? 자신의 결정이 선과 정의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유형.
어떤 마동석? <군도: 민란의 시대>의 천보는 의적떼 지리산 추설의 정예 멤버다. 괴력의 소유자로 위정자들의 법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자 부조리한 사회를 토벌하기 위해 힘쓴다. <부산행>의 윤상화는 좀비가 창궐한 혼돈의 기차 안에서 팔을 걷어붙인다. 상화는 의무나 당위에 의해 앞장서 좀비를 처단하지 않는다. 그저 승객과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쓰다 보니 디스토피아의 영웅이 되고 정의의 사도로 자리한다.
혼돈 중립 /<챔피언> 마크 <시동> 이거석
어떤 유형? 질서를 수호하지만 필요에 의해 혼돈도 용인하는 유형. 딱히 선행을 베풀진 않지만 그렇다 하여 악행에 가담하지도 않는다.
어떤 마동석? <챔피언>의 마크는 친구 진기(권율)에 의해 한국에 돌아와 팔씨름 대회에 출전한다. 어린 시절 팔씨름에 매료됐던 과거가 있다. 팔씨름 챔피언이 돼 전국을 누비면서 진기, 수진(한예리)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지만 악의는 없고 갈등을 키우지도 않는다. <시동>의 이거석은 주방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행 청소년 택일(박정민)을 봐주지 않는다. 그래도 택일과 유야무야 정이 들자 주방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택일을 계도하는 데 힘쓴다.
혼돈 중립 /<심야의 FM> 손덕태 <부라더> 이석봉
어떤 유형?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유형. 하지만 최소한의 도덕과 법은 지킨다.
어떤 마동석? <심야의 FM>의 손덕태는 <심야의 영화음악실>의 DJ 고선영(수애)의 열성 팬이다. 순박한 청년 덕태는 선영에게 보이는 과도한 애정으로 스토커라 오해받기도 하지만 선영의 가족이 위기에 처하자 솔선수범하여 한동수(유지태)를 처단하러 나선다. <부라더>의 석봉은 문중의 장남이다. 인디아나 존스를 꿈꿨지만 지금은 역사 강사로 살아가는 석봉은 간혹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만 자신의 이상에 늘 진심이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못다 한 꿈을 끝까지 좇는다
혼돈 악 /<비스티 보이즈> 창우 <나쁜 녀석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박웅철
어떤 마동석? <비스티 보이즈>의 창우는 재현(하정우)과 승우(윤계상)가 일하는 호스트바의 사장이다. 관객들이 창우를 ‘스패너 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훗날 연극이었음이 밝혀지지만) 재현의 손가락을 멍키스패너로 내리치는 장면이 개봉 당시에도 지금도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창우는 자신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재현을 지구 끝까지 쫓아 응징하는 사채업자기도 하다. <나쁜 녀석들>과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박웅철은 28년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방파 행동대장이다. 오구탁 반장(김상중)에 의해 악질 범죄자를 잡으러갈 특수목적수사팀에 스카우트된 후 범죄자 소탕에 나서지만 그 자신은 폭력 외길을 떠날 생각이 없다.
혼돈 악 /<함정> 박성철
어떤 마동석? 마동석이 연기한 배역의 다수가 인간적인 구석이 있는 범죄자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우주엔 상종 못할 악질 범죄자도 몇 포진해 있다. <함정>의 박정철은 텍스트로 정리하기도 껄끄러운 범죄를 저지른다. 이에 관해 마동석은 “캐릭터의 감정적, 영상적, 언어적 전사가 거의 없어 악행의 당위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