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의 예매율이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보도되면서 내 메일로도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미국 대형 에이전시 CAA를 거쳐 글로벌 매니지먼트 겸 제작사인 B&C 콘텐츠를 연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 S. 리 프로듀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마동석의 할리우드 제작 프로덕션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할리우드가 바라보는 마동석의 현재, 그리고 마동석이 실현할 원대한 꿈들을 그에게 물었다.
- 마동석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
= 2014년 한국에서 B&C 콘텐츠를 처음 시작했을 때 스티븐 연 배우와의 인연으로 신연식 감독의 <프랑스 영화처럼> 뒤풀이 자리에 갔고 거기서 마동석 배우를 처음 만났다. 카스 맥주를 마시면서 그가 몬태나, 텍사스, 오하이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할리우드에 대한 꿈을 함께 설계했다. 본격적으로는 2016년부터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도왔고 2017년부터 프로듀싱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그전에는 CAA 영화 파트에서 영화를 패키징해 스튜디오에 파는 일을 했다.
- B&C 콘텐츠는 매니지먼트 겸 제작사인 미국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마동석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 2020년에 다수의 미국 제작사들과 미팅을 거친 뒤 미국 법인 제작사를 차렸다. 고릴라8 프로덕션이란 이름으로 몇몇 기사가 났는데 현재는 빅펀치글로벌로 이름을 바꾸고 리브랜딩했다. 이때 기획했던 프로젝트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 <악인전>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트랩> <헬다이버>등이 예정돼 있다.
= <악인전>은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제작사, 제임스 완 감독의 제작사, 그리고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함께 제작 중이다. 특히 실베스터 스탤론과 손을 잡게 된 배경을 소개하고 싶은데, 우리가 <악인전>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마동석 배우가 꼭 주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듀서와 주연배우를 겸하는 그만의 자질과 아시아 액션 스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곳과 협업하고 싶었고,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이 이를 알아봐줬다. 작가 고용 단계인데 스튜디오에서 제안한 작가진이 굉장히 훌륭하다.
-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마동석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한국영화의 질적인 훌륭함이야 모두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형 작품들에 임하는 스튜디오를 움직이는 건 여전히 숫자다. 예를 들어 <범죄도시2>는 약 100M달러(1400억원) 박스오피스의 가치를 기록했고, 한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건 미국 시장에서 최소 500M달러 규모 이상의 가치로 바라본다. <악인전> 리메이크를 고려할 때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만약 미국에서 기대만큼 흥행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해도, 아시아와 한국 팬들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 마동석 배우는 한국 스케줄만으로도 바쁠 텐데 어떤 방식으로 할리우드와 접촉하고 있나.
= 2017년부터 매년 한두번 미국 출장을 함께 다녀온다. 한번 나가서 1년 동안 비즈니스가 필요한 작품들을 세팅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터널스> 이후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는데 이젠 어떤 일이 생기는가 하면 LA의 호텔에 머물고 있으면 할리우드의 유명한 제작사들이 모두 찾아온다. 한번 출장갈 때마다 최소 30개 넘는 회사들과 미팅을 하고 돌아온다. 최근에는 일본에도 다녀왔다. 이렇게 셋업을 해놓고 나면 일주일에 한번씩 줌 콜을 통해 마동석 배우가 직접 현지 제작진, 작가들과 회의한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이제 할리우드는 화상으로 업무를 보는 것이 상당수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더욱 용이해졌다.
- <범죄도시> 시리즈의 할리우드 진출은 어떻게 될까.= <범죄도시2> 리메이크는 확정으로 현재 개발 중이다. 마동석 배우가 출연은 하지 않고 프로듀싱에만 참여한다. 할리우드 톱배우들을 중심으로 현재 패키징 중인데, 이 작품이 잘되면 이후 미국판 <범죄도시>에는 마동석 배우가 출연할 수도 있다.
- <범죄도시>와 같은 액션 중심의 또 다른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도 계획 중인가.
= <논스톱> 프로젝트가 있다. 아시아 각국 레전드 액션배우들로 패키징을 해서 미국의 제작사 겸 투자사 컴펠링 픽처스(<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와 함께 기획하고 있다. <논스톱> 프로젝트는 마동석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컨셉을 기획한 작품이다. 대형 스튜디오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독립 제작사인 컴펠링과 손잡은 이유는 IP 권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논스톱>이잘 개발되면 미국의 <범죄도시>처럼 시리즈로 가져갈 수도 있고 TV시리즈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이연걸, 토니 자, 이코 우웨이스 등 아시아 각국의 톱 파이터 겸 할리우드 배우들을 모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 지금까지 알려진 작품 외에 기대해볼 만한 프로젝트를 소개해준다면.
= <5 히트맨>을 기대해달라. 여름 안에 초고를 내는 것이 목표다.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우리에게 최초로 제안한 작품인데, 중국 갑부가 자신의 라이벌을 죽이려고 거액을 주고 고용한 히트맨이 일을 직접 수행할 또 다른 히트맨을 고용하고, 그 히트맨이 또 다른 히트맨을 고용하는 식으로 연쇄적으로 생겨난 5명의 히트맨이 엮이는 스릴러다. 이 로그라인에 마동석 배우가 아주 기막힌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5페이지 기획안이 되었고, 여기에 안나푸르나 픽처스가 반응했다. 프랜차이즈로 제작과 더불어 비디오게임, TV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IP 다각화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그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 현재 마동석과 총 몇개의 기획을 개발 중인가.= 지금 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15개 정도다. 그중 5개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시동이 걸렸다는 게 굉장한 일이다. 할리우드 파트너들도 마동석에 대해 수식할 때 ‘무한히 창조적’(infinite creative)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