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자연의 TVIEW] 신들린 연애
2024-07-05
글 : 이자연

헤어진 커플이 함께 출연하는 <환승연애> 시리즈 이후 연애 프로그램엔 고유의 컨셉이 중요해졌다. 남매의 연애를 응원하는 <연애남매>, 퀴어 리얼리티를 담은 <남의연애>, 동명의 원작 웹툰을 기반한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까지 화제에 오른 프로그램들은 모두 독특한 기획의 힘을 받았다. 이번엔 무속신앙이다. <신들린 연애>는 신점, 타로, 사주 등 다양한 영역의 점술가가 모여 짝을 찾는다. 본래 연애라는 게 불안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를 예견하는 점술가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고 각자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신점, 타로 등을 운영하는 곳들이 2030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운세 애플, 사주 상담 AI 챗봇 등이 각광받는 현대사회에서 <신들린 연애>는 젊은 세대가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을 정통으로 차용했다. 무당 출연자들이 신내림을 받게 된 과정과 그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느낀 무력감, 외로움 등을 어렵게 고백하는 모습은 인간적이고 극적인 서사를 부여하기 충분했다. 짧은 시간 동안 관계맺음을 통한 위로와 공감, 성장과 발전이 중요한 연애 프로그램에서 <신들린 연애>는 서사적 요소를 자연스레 조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무속신앙 종사자를 무섭고 두려운 존재, 혹은 불손하고 찜찜한 이미지로 그려온 미디어들의 태도와 달리 이것을 하나의 직군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비추는 시선은 새로운 시도로 비친다. 다만 근육질의 신체를 지닌 남성 출연자나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출연자를 어필하는 방식은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이 지켜온 추구미를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명 ‘인스타그래머블’한 인물을 내세워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고루한 방식에서 기획력과 튀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CHECK POINT

출연자들이 점친 내용과 실제 선택이 정반대로 흘러가는 재미도 크다. 결과적으로 점술 결과에 갇혀 집착하기보다 자신이 경험하고 감지한 것을 더 믿는 모습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는 인간의 희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