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모든 쟁점이 진행 중 - 지금 AI에 대해 궁금해하는 4가지 질문
2024-07-09
글 : 임수연
글 : 최현수 (객원기자)

AI가 인간의 특정 직업군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다, AI가 결국 인간을 넘어설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챗지피티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은 대중에게 호기심이자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IT 업계의 특성상 매체에서 쏟아지는 AI 관련 최신 소식들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렴풋이 접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세계에 진입하기 전에, 특히 <씨네21> 독자들이 지금 AI에 대해 가장 궁금해할 만한 네 가지를 꼽아보았다.

1. 지금 인공지능이 영화를 쓰고 연출하는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나.

썬 스프링

생성형 AI란 프롬프트, 즉 특정 입력값을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음악, 기타 미디어 등을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유형이다. 스스로 거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영화산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인간 감독 오스카 샤프와 AI 공학자 로스 굿윈이 인공지능과 협업해 만든 단편영화 <선스프링>(2016)과 <존 아웃>(2018)이 세상에 공개될 때만 해도 인간의 개입이 전제되어야 했다.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AI 영화는 시나리오 집필은 물론 숏 리스트를 제시하는 수준까지 급성장하고 있다. 정인선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화제작과 그 미학적 가능성’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의 시나리오 작성 등 몇몇 제한된 작업에서 벗어나 컷 구성, 촬영 계획의 효율화 등 다양한 영화제작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또한 “인공지능이 발생시키는 할루시네이션 또는 변칙 데이터 제공을 통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화미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학습 방식에 따라 진화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상 어떤 영화를 어떻게 학습시킬 것인가에 대해 신중히 판단을 내려야 하고, 인공지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AI의 역할 범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임수연

2. AI가 배우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도 있는가.

배우는 자신의 육체를 활용해 허구적 인물의 행동, 목소리, 표정 등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미 AI 기술은 목소리나 얼굴 등 배우의 일부를 변형시키고 있다. 인후암으로 목소리에 손상을 입은 발 킬머는 음성 복제 기술로 <탑건: 매버릭>에서 세줄의 대사를 소화했다. <살인자ㅇ난감>의 손석구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애니아 테일러조이는 디에이징과 딥페이크를 통해 아역배우에게 자신의 유년기 얼굴을 이식했다. 심지어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딥페이크와 음성 복제를 결합해 고 송해의 60대 시절을 부활시켰다.

지난해 발생한 미국배우조합(SAG-AFTRA) 파업의 쟁점은 배우와 생성형 AI 기술 사이의 퍼블리시티권 문제였다. 배우조합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지난 11월 합의에 도달했다. 그 결과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 제작 및 사용은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복제본의 사용처를 정확히 명시해야 하고, 활용 시 배우에게 적합한 보상이 돌아가게 됐다. 동의의 기준점도 제시됐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합성 연기자의 눈, 코, 입 등 주요 얼굴 특징이 기존 연기자로 식별할 수 있으면 동의를 구해야 한다. 각각의 특징을 배합하여 사용한 때도 배우들과 개별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AI 교육에 배우의 연기가 무단으로 활용되거나 제작사에서 AI 사용을 계약 시 강요하는 등에 있어 배우의 권리를 보호할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현수 객원기자

3. <뉴욕타임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기존 영화의 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는가.

AI수로부인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는 챗지피티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소송 기각 요청서를 제출했다. 기사를 학습한 AI가 저널리즘의 위기 혹은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주장을 고려할 때 고유의 영상언어를 개척해가는 동시대의 시네아스트들 역시 AI의 등장이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판례, 1976년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VCR을 출시한 소니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은 이 문제를 보다 복잡하게 만든다.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VCR 녹화가 영상저작물의 공정이용(본적으로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 합리적,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 저작권법상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영화의 학습 역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면 영화감독이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논리를 만들기 어렵다. 다만 생성형 AI가 학습할 수 있는 영화의 범주와 활용 범위에 대해 집단행동을 통해 제한을 거는 것은 가능하다. 지난해 파업에 들어갔던 미국작가조합(WGA)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나리오 제작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학습 데이터에 대한 대가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노사 합의를 타결했다. /임수연

4. AI가 생산한 영화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2호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며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다. 현행법상 AI가 생성한 산출물은 저작자가 자연인이 아니기에 저작권을 등록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표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는 AI 산출물의 선택과 배열 과정에 창작성이 있다면 편집저작물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실제로 전면 생성 AI로 제작된 나리AI필름의 영화 <AI수로부인>은 편집과 배열 및 세부 조정에서 창작성을 인정받아 편집저작물로 등록되었다.

AI 산출물의 저작권 논쟁은 생성형 AI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인공지능 연구가 게리 마커스와 컨셉 아티스트 리드 사우센은 생성형 AI가 훈련 데이터에서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얼마나 기억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프롬프터에 구체적으로 IP의 명칭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AI는 <듄>이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의 한 장면 등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와 이미지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생성했다. 이는 AI 산출물의 사용자가 비의도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생성형 AI의 저작권 논쟁의 선결 과제는 AI의 교육 데이터 공개다. 유럽의회에서 최종 승인된 인공지능법과 미국 하원의회에 상정된 생성형 AI 저작권 공개법안은 모두 생성형 AI의 학습용 콘텐츠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최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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