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영화제의 새로운 융합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 나선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2024-07-09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28회 부천영화제가 지난 7월4일 개막했다. 14일까지 총 11일간 지속되는 부천영화제에선 올해 총 49개국 255편을 선보인다. 리브랜딩을 통해 영화제의 외연을 확장하며 부천영화제는 대한민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국제경쟁 부문을 도입하고, AI 콘퍼런스와 AI 기술을 활용한 워크숍도 개최한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만난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AI가 현재로선 어색할 수 있지만 해당 기술에 익숙해지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영화제작 부문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영화인들이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화제 개막이 며칠 남지 않았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어떤가.

=집안 잔치 준비를 마무리 짓느라 한창 바쁘다. (웃음) 올해는 여러 가지로 변혁을 꾀하고 새롭게 준비하는 부분들이 많아 마지막까지 크고 작게 보충할 일들이 있다.

- 지난 6월12일 치러진 기자회견에서부터 올해 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을 강조했고, 실제로 여러 부문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 눈에 띈다. 가장 큰 변화는 ‘AI 영화 경쟁부문’을 신설한 것일 테다. 새 섹션을 신설하기까지 어떤 배경이 있었나.

=대략 5~6년 전부터 사내에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영화 기술에 대한 공부를 병행해왔는데 그중에 AI 기술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동안 부천영화제는 영화제 차원에서 VR, XR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왔다. 일각에선 ‘미술관에서 해야 할 일을 왜 영화제에서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VR, XR 관련 기술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이런 기반이 마련되어 있었기에 경쟁부문에 AI 영화 섹션도 도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도 현재의 AI의 화제성에 편승하는 건 아닌지, 좀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나왔을 때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생태계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영화제도 그 자장 아래 있다. 이 흐름을 놓치면 영화제가 뒤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변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내부 인원들도 오랜 기간 설득했다. 단순한 작품 소개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 AI 관련 기술 전문가를 초청해 콘퍼런스, 워크숍 역시 계획 중이다.

- ‘BIFAN+ AI 국제 콘퍼런스’가 ‘AI와 영상 콘텐츠 제작의 미래’를 주제로 3일간 열린다. AI 영상 제작과 관련된 여러 전문가들이 AI 영상 제작 쇼케이스, 케이스 스터디, 패널 토론 등이 예정되어 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AI 콘퍼런스 연사를 맡았던 온라인 플랫폼 ‘큐리어스 레퓨지’의 대표 감독인 데이브 클라크,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 관객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의 발표 등을 시작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방식과 관련 업계의 최신 동향을 공유할 예정이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계에서도 관련 기술을 발 빠르게 받아들여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내년에도 AI 기술 전문가들을 불러모으는 자리를 마련해보려 한다.

-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원자들이 몰려 30명의 정원을 조정해 60명으로 증원했다고.

=기존의 영화제작 시스템은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투자를 받고, 촬영과 후반작업을 거쳐 홍보 마케팅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길다. 자본이 많이 필요해 투자를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AI 기술 활용이 활성화되면 제작비와 영화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절약될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혼자서도 영화를 완성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 AI 워크숍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이 이 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그 밖에 부천영화제를 찾는 게스트들도 눈에 띈다. 두기봉, 김성수 감독 등이 부천영화제를 찾는다.

=두기봉 감독은 모시려고 몇 차례 노력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시기가 잘 맞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두기봉 감독과 함께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두기봉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예정되어 있고 더불어 두기봉 사단의 정바오루이 감독의 신작 <구룡성채: 무법지대>가 폐막작으로 선정된 상태다. 그 밖에 김성수 감독이 영화제 기간 동안 <무사>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상영 후 ‘살아 있는 덕후들의 밤’의 G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 아시아의 신진 창작자들이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괴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지난해 신설됐다. 내부 평가는 어떤가.

=무척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멘티 대상을 아시아로 넓히고자 한 상태다. 현재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에서 멘티들이 1명씩 입국해 부천시에 머물며 멘토링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 세 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국가로 참여의 폭을 넓히려 한다.

- 엔데믹 이후로 오프라인 상영으로만 진행되는 영화제들도 있다. 하지만 부천영화제는 올해도 온라인 상영을 병행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큰 목표가 있어서라기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작했던 온오프라인 상영 병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뿐이다. 사실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본다는 것보다는 함께 영화를 보고 즐기는 영화제만의 경험을 어떻게 온라인을 통해서도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가수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콘서트를 연 사례처럼 영화제에도 메타버스를 도입해 행사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머지않아 그런 시대도 올 거라 추측해본다.

- 마지막으로 부천영화제를 방문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부터 영화제의 새로운 융합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이전과 다른 부분들이 보일 테니 주의 깊게 지켜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