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시간은 땅의 것이다. 24절기는 대지에 씨앗이 심어져 싹이 움트고 과실을 맺어 수확되고 씨앗으로 되돌아가는 자연의 순환기를 의미한다. 재배 종목부터 종자의 상품화까지 농업은 시장 논리에 예속됐지만, 몇대에 걸쳐 농부들이 지켜온 ‘토종 씨앗’을 지키려는 이들이 있다. 시민단체 ‘토종씨드림’은 토종 종자를 기증받으려 평택의 윤규상 농부와 화천의 장귀덕 농부를 만난다. 두 사람이 보존한 씨앗은 시민단체를 거쳐 새내기 농부들에게 전해진다. <씨앗의 시간>은 토종종자를 재배하고 수집하며 배포하는 여러 농부의 삶을 24절기에 맞춰 기록한다. 카메라에 담긴 농사의 시간은 씨앗의 생육 과정이자, 잃어버렸던 자연의 사이클이며, 땅과 함께 늙은 농부의 굽은 육체와 거친 손이다. 묵묵히 농부들의 곁을 지킨 영화와 발을 맞춘다면 땅과 노동을 향한 그들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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