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발표회’는 2023년부터 1020세대 사이에 유행한 활동으로 친구들 혹은 덕질 메이트에게 자신의 최애를 소개하는 PPT 발표식을 가리킨다(이때 PPT 퀄리티가 엉망진창이어야 재미가 커진다). 이 최애 발표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020세대 전반에 보편화된 관계 맺음 방식을 알아야 한다. 요아정, 마라탕, 버블티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익숙한 어린 세대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부터 먼저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이 곧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애의 최애>는 이러한 세대상을 투영한 웹예능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수빈의 진행 아래 에피소드마다 게스트가 출연해 자신의 최애를 소개한다. 최애의 정체도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걸그룹 카라, 빅뱅 지드래곤, <해리 포터>, 라면, 롯데 자이언츠, 연애 프로, 심지어 야채 곱창까지. 덕질 연대기를 통해 게스트의 일생과 좋아하는 것의 교집합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집착적(?)이어서 자연스레 웃음을 유발한다. 게다가 발표자들은 덕후로서 특정한 공통점을 갖는다. 최애를 소개하는 동안 흥분해서 더워하고(수빈), 침을 튀기고(미미미누), 말하는 내내 벅차한다(운학). 감정이 너무 격해진 나머지 괴상한 행동이 튀어나오지만 중요한 건 누구도 이를 지적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수한 애정이 크면 클수록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되어온 (그리고 그게 웃기다고 여겨온) 기성 예능 <아는 형님> <라디오스타>와 달리 이들은 최애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순진무구한 모습을 통해 상대방의 진정한 가치관을 받아들인다. 자기과시와 SNS 전시, 혐오와 비아냥이 난무한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이 병렬로 나열될 수 있는 존중 가득한 세계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최애의 최애> 시즌2는 <슬램덩크>로 내가 나가볼까?
check point
최애 발표를 듣는 수빈의 리액션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예능 요소일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는 사람을 보며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귀여워”. 좋아서 호들갑 떠는 모든 사람은 귀여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