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권, 백태현, 성진수, 정민아, 홍진혁 지음 | 한국문화사 펴냄
“<그때 그사람들>은 박정희의 아들 박지만과 딸 박근혜가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과 상영금지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자식들의 행동은 일견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이 소송은 훗날 극영화에 실제 기록화면을 삽입하거나 실명을 사용하는 데 재갈을 물리는 표현의 자유 침해로 다가왔다.” <서울의 봄>의 등장인물 이름은 왜 전두환이 아니라 전두광이었을까?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불교영화의 숲> <포스트시네마가 사유하는 인공지능>에 이은 한국영화학회 총서. ‘한국 현대사 영화는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았나’라는 부제처럼 한국 현대사 영화를 영화연구자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기획이다. 한국 현대사는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흥행 면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런 작품들을 이야기할 때 실화와 얼마나 비슷한가, 혹은 다른가 하는 관점에서 풀이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는 역사가 아니다>는 제목처럼 영화가 역사를 해설하기 위해 도구가 되는 것을 지양하고, 영화를 중심에 두고 역사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이 책에서도 짚고 있다시피 “관객을 소구하는 문화상품으로서 역사영화의 출현은 정치사적 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읽히느냐 자체가영화가 놓인 정치적 지형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셈이다. 근현대사 영화의 정치사적 계기들을 다루고, 문화적 기억이자 문화적 실천으로서 동시대와 멀지 않은 현대사 영화를 관람하는 수용자 태도와 연관지어 영화들을 살핀다. 마케팅 전략도 다루어지는데, “리더십에 대한 문제의식, 향수와 복고 스타일, 팟캐스트 유튜브 SNS로 진화해온 공론장, 공정 세대가 역사에 갖는 마음의 빚, 유토피아 판타지로서의 승리 서사”라는 5가지의 감성 코드가 언급된다. 이렇게 영화의 외적 측면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핀 뒤 영화 내적 측면으로 이동해 논의를 이어나간다. 이 책에서는 시대를 나누어 한국의 현대사 영화를 해외의 현대사 영화들과 비교해 분석하기도 하는데 흥미롭게도 이 책은 미국의 영화들만을 비교대상으로 삼는다. <서울의 봄>은 여러 글에서 반복적으로 분석되기도 하기 때문에 책에 실린 글을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백태현은 ‘<서울의 봄>이 불러온 시대적 욕망’이라는 글에서, 홍진혁은 ‘<서울의 봄> vs <대부>’라는 글에서 <서울의 봄>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