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

SNS에서 TVA의 클립을 본 후 작화에 꽂혀 정주행을 시작했고 e북으로 단행본까지 결제해 읽었다. 누군가는 가마쿠라 막부에서 살아남는 일이 가문의 수치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생존의 가치를 설파하는 주인공을 보며 느낀 충격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 <Disease>

어느 뉴스에서 <Disease>를 처음 접한 후 바로 귀가 반응했다. 뮤직비디오가 풍기는 기괴함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이번 뮤직비디오도 아마 그의 예술적 감식안이 연출에 일부 반영됐을 것이다. 레이디 가가는 자우림의 김윤아 선배와 더불어 음악의 신전에 올려야 할 이름이다.
셜리 잭슨의 소설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이야기의 폐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중 캐릭터들은 성 안에 스스로를 감금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택한 삶의 방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괴함이 작품의 결말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미스터리도 전부 밝히지 않은 채 의뭉스러운 결말로 마무리되는 구성이 미덥다.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

실시간으로 변하는 화면비, 1970년대 심야 토크쇼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프로덕션디자인, 영화 중반에 삽입된 수많은 사운드트랙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소위 말하는 막 나가는 전개 방식 역시 내 취향을 저격한다. 공연 연출을 위한 아이디어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얻었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5도살장>

난생처음 읽은 커트 보니것의 작품이 <제5도살장>이다. 커트 보니것의 문장은 문체라기보단 화법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시간과 공간, 희극과 비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화법이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비교하자면 오스카 와일드와 비슷한 유머 감각을 지닌 작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