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장한 액션 역사극 <차바>가 맹수 같은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차바>는 이슬람의 무굴제국에 맞선 힌두 마라타동맹에 관한 이야기다. 보통 마라타동맹을 상징하는 인물은 시바지이지만 <차바>는 시바지 사후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저항의 불꽃을 이어간 영웅 삼바에 주목한다. 때는 무굴의 전성기. 시바지가 이끄는 데칸고원 이남의 마라타동맹이 무굴에 맞서지만 시바지가 죽으면서 동맹의 앞날은 불투명해진다. 무굴 황제 아우랑제브는 구심점을 잃은 마라타동맹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데 시바지의 뒤를 이은 삼바가 끝까지 무굴에 항거하자 아우랑제브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친다. 역사가 스포일러이니 마저 적자면 수적 열세 속에 분전하던 삼바는 결국 무굴에 붙잡히고 만다. 끔찍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던 그는 독립을 외치며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 불굴의 의지가 저항의 불씨로 남아 수십년 후 무굴은 쇠망하고 힌두가 승리한다.
마치 멜 깁슨이 ‘프리덤’을 외친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영화의 승리 선언과 달리 이후 인도는 또 다른 암흑기인 영국 식민지 시대에 접어든다. 흥미로운 연결점 하나가 있다. 차바는 우리말로 새끼 사자를 뜻한다. 자연스레 <라이온 킹>의 심바가 떠오르는데, 삼바와 심바는 공교롭게도 이름마저 서로 닮았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역경을 이겨낸 아기 사자 이야기는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이 원전이고 <차바>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가깝다. 하지만 인도의 대서사시와 영국의 희곡,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인도의 영화가 공유하는 부자의 비극 레퍼토리만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다(인도가 영국의 식민치하에서 벗어날 당시 “영국은 떠나도 셰익스피어는 두고 가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역대 흥행작의 면면에서 보듯 웰메이드 역사극은 인도에서 흥행을 보증한다. <차바> 또한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지만 이에 비례해 날카로운 평가 또한 이어진다. 평단의 비평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차바>는 공개 당시 ‘너무 옛 소재가 아닌가?’라는 다수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차바>가 써갈 흥행 서사시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