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서독 뮌헨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개최된 스포츠 축제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주최국인 서독은 방송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편 미국 ABC 방송사는 올림픽 개최지인 뮌헨이 다하우 강제수용소와 멀지 않다는 사실과 이스라엘로 귀화해 뮌헨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출신의 선수 데이비드 버거의 인터뷰를 보도한다. 그러던 9월5일 새벽, 올림픽 경기 중계를 위해 출근한 스포츠팀 신임 프로듀서 제프(존 마가로)는 동이 트기 전 올림픽 선수촌에서 울린 총성을 듣는다. 믿을 수 없는 사건 발생 이후 번역가 마리안네(레오니 베네슈)의 도움으로 테러리스트가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스포츠팀 사장 룬(피터 사즈가드)은 몇번의 스포츠 경기 방송 이력이 전부인 제프에게 올림픽 선수촌에서 벌어진 초유의 테러 사태를 미국으로 생중계할 것을 지시한다. 스포츠팀 총괄 마브(벤 채플린)와 휴일을 보내고 있던 간판 앵커 짐 매케이가 스튜디오로 불려나오고 방송국 관제실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소리와 함께 올림픽 경기가 아닌 테러리스트의 인질극 생중계가 시작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70년대는 위성을 이용한 방송 송출로 독일에서 미국으로의 실시간 올림픽 경기 중계가 가능해졌고 미국의 일반 가정에 컬러TV가 널리 보급된 시기와도 겹친다. 영화는 악명 높은 테러 집단인 ‘검은 9월단’의 소행으로 밝혀진 뮌헨올림픽의 비극적 참사를 중심에 두고 그를 위성 생중계한 방송사 스튜디오의 현장을 지켜본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뮌헨올림픽 참사 이후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펼친 보복 작전과 요원의 고뇌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과 진실을 대하는 언론의 책임과 진정성을 다룬 조지 클루니의 <굿나잇 앤 굿럭>과 같은 영화들 사이의 중간 지대를 점유한다. 반목과 증오의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테러를 다루는 미디어 종사자에게 포커스를 둔 이 영화의 태도는 저널리즘 소재 영화에 종종 따라붙는 윤리와 책임에 대해 묻기보다는 직업인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 방송을 결정하는지 그 현장의 생생함을 관찰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인물들의 선택에 비난이나 평가를 하지 않는 거리감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에서 이 영화의 독특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일례로 존 마가로가 맡은 제프는 계속해서 온정과 냉정의 극단을 오가는 업무적 판단을 내리는데 영화는 그를 모순적인 인물로 보이도록 강조하지 않고 그 양가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에는 방송국 관제실 이외의 외부 장면이 극도로 제한되어 드러난다. 보이는 공간에 변화가 적은 실내극이 자칫 유발하기 쉬운 지루함을 연출자인 팀 펠바움은 빠른 속도감을 따르는 전개로 보완하고 있다. <메모리> <재키>의 피터 사즈가드, <퍼스트 카우> <패스트 라이브즈>의 존 마가로 등 익숙한 얼굴의 배우에게서 낯선 인상을 끌어낼 수 있는 시대극의 장점 또한 잘 살린 캐스팅도 돋보인다. 골든글로브 작품상,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으며 배우 숀 펜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close-up

당시 방송국의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실시간 멀티 카메라 스위칭은 물론 현장에 잠입해 16mm 필름으로 촬영한 뒤 즉석에서 변환, 송출하는 작업이나 보도용 사진을 확대 편집하고 캡션을 영상에 삽입하는 과정 등이 사건 보도와 함께 전해진다. 또 테러 생중계를 결정한 스포츠팀 사장 룬이 타 방송사와 위성 사용 시간 교환을 협상하는 장면은 매체의 시대적 배경과 사건에 접근하는 직업인의 업무적 자세를 동시에 드러낸다.
check this movie

<더 테러 라이브> 감독 김병우, 2013
전 국민 앵커 윤영화(하정우)가 진행하는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테러범이 전화를 연결해 테러를 예고한다. 테러와 언론인, 실시간 중계라는 세 지점에서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는 <9월 5일: 위험한 특종>과 공통점이 있지만 <더 테러 라이브>가 인물과 사건을 보다 선명한 선악 구도로 접근하기를 요구하는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