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에 사는 이수현, 김인선씨는 70대의 레즈비언 커플이다. 40여년 전 파독 간호사로 만난 둘은 수많은 사적·공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선택해 수십년째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다. 김인선씨는 2001년 무렵부터 ‘이종문화간의 호스피스’ 활동 등을 통해 독일 내 디아스포라 사회의 구심점이 됐고, 한국도 몇 차례 방문해 이민자 노년 퀴어의 삶을 공유하기도 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수현씨 역시 지역·디아스포라 커뮤니티의 시민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두 사람은 사적인 생활뿐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도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주며 함께하는 황혼을 마주하고 있다.
반박지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두 사람>은 이처럼 큰 인물들의 일상을 되도록 소박하고 긴밀하게 담아낸다. 두 인물의 공적인 이력을 적절히 소개하는 동시에 거시적인 담론에 매몰되지 않으며 균형감을 지킨다. 대신 영화의 제목과 같이 두 사람이 차근차근 쌓아올리고 있는 삶의 시간에 집중한다. 두 사람이 한집에서 각자 다리미질하고 주방 일을 하고, 독일에 오래 살면서도 여전히 한국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투병 중인 서로의 신체를 부축하고 곁에서 치료하며, 유심히 바라봐주는 동시에 각자가 이루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을 존중하면서 사는 두 노년의 모습은 이상적인 부부의 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종종 두 사람의 삶에 개입하여 함께 밥을 먹고 대화하는 연출자의 존재감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덕에 속 편한 한끼 식사를 마친 듯한 다정함과 개운함까지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BFI플레어: 런던 LGBTQIA+ 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거쳐 2월12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