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에 거점을 둔 대규모 갱단의 두목인 델 몬테는 유능한 변호사 리타(조이 살다나)를 고용해 한 가지 의뢰를 한다. 다름 아닌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능력에 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리타는 고민 끝에 의뢰를 수락하고, 델 몬테는 에밀리아 페레즈(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라는 새 이름으로 여성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델 몬테는 부인 제시(설리나 고메즈)와 아이들까지 뒤로한 채 유럽으로 건너가 이전의 삶을 지우려 한다. 하지만 델 몬테 시절에 저질렀던 과오와 기억들이 에밀리아 페레즈, 그리고 그를 도왔던 리타를 자꾸만 붙잡는다. 결국 두 사람은 멕시코에서 또 다른 삶의 문을 열기에 이른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자크 오디아르가 만든 뮤지컬영화다. 비정하고 진중한 서사의 배경에 충돌하며 엇박자로 등장하는 춤과 노래의 역동성이 흥미로운 조화를 일으킨다. 영화의 전반적인 판을 빠르게 짠 뒤 본격적인 드라마타이즈로 유장하게 들어서는 자크 오디아르 고유의 스타일이 뮤지컬영화의 속도감과 어우러지며 묘한 앙상블을 만든다. 다만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로 불거진 세간의 논란처럼, 작품의 배경이 된 멕시코를 대상화하는 듯한 안일한 설정 등이 영화 내부의 텍스트를 종종 방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의 여지를 미리 방지하려고 했던 듯 영화는 이야기와 뮤지컬 시퀀스의 주된 화자를 리타로 삼는다. 에밀리아의 자기 구원 서사와 일견 거리를 두려는 목적으로 읽히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과 함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여우조연상(조이 살다나)과 주제가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