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미국인들은 왜 <스타워즈>에 열광하는가 [2]
2002-07-06
글 :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다스베이더 장난감, 미래에의 노스탤지어를 심어주다

선악의 대결이 제공하는 대리만족

또 다른 한편에서는 <스타워즈>가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사실에 기인해, <스타워즈>의 인기를 종교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결에서 항상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의 세계 안에서만큼은 항상 선일 수 있게 됨으로써 확실한 대리만족을 주었다는 설명. 중요한 것은 <스타워즈>의 세계 안에서의 선과 악이 1차원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악의 힘에 지배받는 제국군들이 ‘악’임에는 분명했지만 그 핵심 인물인 다스 베이더에게 선한 과거를 부여함으로써, 결국 누구도 ‘악’이 아닌 상황을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제다이의 귀환> 마지막 장면에서 죽은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 그리고 요다가 마치 유령과 같은 형태로 되살아나 ‘선’이 ‘악’을 이긴 축제를 즐기는 장면은 바로 그런 <스타워즈>만의 복잡한 선악구도를 잘 설명해준다. 같은 맥락에서 에피소드 4, 5, 6을 통해 선이 승리하고 악이 멸망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게 된 이후에, 오히려 사람들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에피소드 1, 2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철학적이거나 학문적인 해석만으로 <스타워즈>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한한 애정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볼 수도 있다. Star wars memories : http://www.fray.com/hope/starwars 라는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 미국인의 <스타워즈>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에서처럼, 미국인들의 <스타워즈>에 대한 애정에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정적인 요소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스 베이더 장남감을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형제들끼리 싸우는 것을 이웃에서 보고는, 다스 베이더 인형의 발바닥에 뜨거운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서로의 것을 구별했다는 유의 추억 속의 이야기는 읽는 이들, 특히 미국인들로 하여금 어떤 공명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월드컵, 미국에는 <스타워즈>?

그런 의미에서 <스타워즈>가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역사적인 경험이나 전설에 대한 향수 그리고 종교적인 신념뿐만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공유될 수 있는 경험’이라는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황당한 SF영화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미국사회 전체를 하나로 묶는 든든한 동아줄의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우리가 경험했던 월드컵을 통한 ‘국민적 통합’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할까? 많은 미국인들이 <스타워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드스탁의 경험을 빗대는 것도 이렇게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부모 세대의 그런 ‘국민적 통합’의 촉매가 되었던 <스타워즈>가 20여년 가까이 지나 다시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며, 과거의 역할을 재현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극장 앞에서 줄을 서서 몇주를 기다리고, 그것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어 다른 도시에서도 모방하는 이들이 줄줄이 생겨나는 현상은 이렇게밖에 해석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스타워즈>는 이제 미국사회를 논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미국인들 스스로도 <스타워즈>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이 규정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그렇게 좋은 텍스트로 쓰일 수 있는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들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스타워즈>는 이런 영화
"루카스, 당신 때문에 1만달러씩 장난감을 사잖아!"

데니스 뮤렌(Dennis Muren)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4>에서 미니어처와 광학효과 촬영을 보조하던 세컨드 카메라맨으로 일했었고, 조지 루카스와 함께 특수효과의 산실인 ILM의 오늘을 만들어낸 주역. “나는 지금 아카데미 영화상이 열리는 슈라인 오디토리움의 붉은 카펫 위에 서 있다.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그저 평범하게 자란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 시작은 물론 <스타워즈>의 제작에 참여한 것이었는데, 막상 촬영이 끝나고나니 갈 데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촬영 내내 특수효과라는 것에 매료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특수효과 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그런데 다행히 개봉된 <스타워즈>에 엄청난 사람들이 밀려들었고, 나는 다시 조지 루카스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스타워즈>는 내 인생을 결정지었던 것이다.”

민디 허먼(Mindy Herman)
미국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전문 케이블TV 채널인 <E! Networks>의 최고 경영자. “<스타워즈>는 현재 내가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있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필라델피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나는 몇 군데 법과 대학원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중에서 북부 뉴욕주에 있는 학교 한곳과 LA에 있는 학교 중 하나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바로그즈음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되었는데, 나는 거의 일주일 동안 그 영화를 매일 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바로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같았던 LA였다. <스타워즈>는 그렇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준 작품이다.”

제이미 폭스(Jamie Foxx) - 영화배우

"어린 시절 난 언제나 내가 자라난 게토의 어둡고 한정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봤다. 그러나 <스타워즈>는 그런 나에게 이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우주를 꿈꾸게 만들었고,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특히 검은색 복장을 한 다스 베이더가 아주 맘에 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그의 모습에서 일종의 형제애를 느꼈던 것이라고나 할까?”

마이클 베이(Michael Bay) - 영화감독
“15살 때, 나는 운좋게도 루카스 필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조지 루카스는 그걸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만 말이다. (웃음) <스타워즈>는 내가 거기서 일하기를 원했던 유일한 이유였다. 조지 루카스가 할리우드를 테크놀로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THX사운드를 끝끝내 밀어붙여 세상에 퍼지게 하는 조지 루카스를 보며 감탄해 마지않을 수 없었다.”

에드 산체스(Ed Sanchez) - <블레어윗치>의 감독
“<스타워즈>가 개봉되었던 1977년 여름, 아홉살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영화라는 것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여름에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나는 아낌없이 <스타워즈>에 투자했던 것이다. 그 경험은 내 인생을 완벽하게 바꿔버렸고,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그 때문에 나는 조지 루카스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블레어 윗치>의 성공은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블레어 윗치>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광기를 <스타워즈>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깐, 조지 루카스도 재탕삼탕하고 있는 스타워즈 장난감을 통해 연간 5천∼1만달러씩은 나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긴 하다.”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 - 영화배우

“맞다, <스타워즈>는 내 인생을 변화시켰다. 난 <스타워즈>에 관련된 컵들을 엄청나게 수집했는데, 그게 버거킹 것이었는지 맥도널드 것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침마다 그 컵들로 주스를 마셨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새뮤얼 L. 잭슨(Samuel L. Jackson) - 영화배우
“난 어렸을 때부터 해적이나 모험영화를 좋아했다. <스타워즈>는 그런 장르의 새로운 변형이어서 좋았다. 그 때문에 <스타워즈> 시리즈에 합류할 기회가 오자마자 그 기회를 낚아채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크리스 고어(Chris Gore) - 영화사이트 FilmThreat.com의 편집장
“1977년 5월25일을 기점으로 나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버렸다. <스타워즈>를 처음 본 그 순간 이후, 카메라 뒤의 세계에 눈을 떠버린 것이다. 난 효과, 분장, 모형 그리고 배우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영화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품들에도 매료되었다. 그래서 <스타워즈>를 만들었다는 조지 루카스라는 젊은 감독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내가 그랬듯이 괴물, 우주선, 레이저총 등을 좋아하는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단, 그 모든 것을 한편의 영화 속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나와는 분명 달랐다. 그뒤 결국 할리우드로 모여든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그 마술 같은 일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길 원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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