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에서 <라이터를 켜라>로 또 <광복절 특사>로. 차승원은 끊임없이 ‘촬영중’이다. <라이터를 켜라>에 이어 <광복절 특사>에 몸담은 차승원은 지난 6월, <라이터를 켜라>와 <광복절 특사> 팀이 모여 벌인 축구시합에서 전반전과 후반전을 팀을 바꿔 뛰기도 했다. <광복절 특사>가 끝나면 바로 또 멜로코드가 있는 신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거란다. 그가 이렇게 바빠진 것은 <신라의 달밤> 이후. <신라의 달밤>에서 그가 찾아낸 “자기 것”이 그를 유쾌한 레일 위에 올려놓고 쉼없이 달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영화인데, 감동까지 있으면 돼요. 눅눅하지만 않으면 돼요. 좀 된다 싶으면, 자기하고 안 맞는 거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거 저는 너무 싫어요. 좋은 거 있으면 주연 아닌 거라도 좋아요. 자기한테 맞는 걸 해야지, 자기가 뭐 하는지도 모르는 거 해서 뭐해.” 요즘의 ‘승승장구’에 대해 말을 붙이니 차승원이 평소 맘에 담아두었던 생각인 양 다소 동서문답식으로 쏟아낸 말이다. 그는, 요즘 영화판에서 몇몇 배우들이 보이는 행보가 썩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들에 대한 말이라기보다는, 스스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는, 그래서 입에 달고 다니는 주문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자기한테 맞는 걸 해야 된다”는 소박한 말을, 그는 인터뷰 도중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과연, 그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그 자신한테 맞는 것은 무엇일까. 차승원은 단연 캐릭터코미디라 했다. “<신라의 달밤>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거죠.” 차승원은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한 사람이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마치 엄하게 키우는 아들 이야기를 하듯, 자화자찬이 될 만한 말을 삼가고 무뚝뚝하게 ‘보고’한다. 그 ‘보고’에 의하면 차승원은 한창 ‘잘 나가는’ 요즘, 더더욱 자신을 엄격히 다루며 “에너지를 쌓고 있다”. 힘겹게 찾은 “리듬감”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실 “인터뷰가 그리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안에서 밖으로 퍼내기보다는, 계속 밖에서 안으로 퍼담으며, 오로지 영화에다만 그걸 담아내고 싶고, ‘말하기’보다는 그저 ‘살기’에 힘쓰고 싶은 것이다. “보면, 사람들 하고 세상에 많이 치여본 사람이 연기도 잘하는 것 같아요. 연기는 배워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안 해본 거 하려면 안 되거든요. 살아온 대로, 날것을 보여줘야죠. 날것을 세세하고 깊이있게 가슴에 와닿게 보여내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배우에게 있어, 사람들이 보기 원하는 것과 자신이 보여주기 원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차승원은 요즘 그런 행복을 맛보고 있다. 선거운동 비용 떼먹은 국회의원과 한판 붙느라, 라이터 달라고 쫓아오는 웬 예비군 상대하느라 이래저래 바쁜 <라이터를 켜라>의 양철곤으로, 차승원이 다시 한번 ‘날것’을 보여줄 차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