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스타워즈>의 내털리 포트먼과 헤이든 크리스텐슨 [2]
2002-07-10
글 : 김현정 (객원기자)

크리스텐슨의 천진한 행동은 그처럼 그늘없는 성장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는 ‘제왕 루카스’의 재미없는 농담에 웃지 않아 점수를 땄고, 루카스의 보금자리 스카이워커 랜치를 구경하다 다스 베이더의 헬멧을 써보기도 했다. 그러니 마찬가지로 부모를 좋은 친구로 여기며 곧게 자라난 포트먼과 의심스러울 만큼 착 달라붙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크리스텐슨처럼 <스타워즈> 시리즈 첫 세편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어린 나이의 포트먼은 자신이 아미달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스타… 뭐라구요?”라고 반문했다. 포트먼의 부모는 딸을 감싸고 돌기로 유명한 부부. 그들은 포트먼의 데뷔작 <레옹>을 “나이보다 성숙한 역을 맡지 않을” 조건으로 승낙했고, 부모를 존중하는 딸은 관능의 대상이 돼야 하는 <롤리타>와 섹스신이 있는 <아이스 스톰>을 후회없이 거절했다. 그러면서 다른 아역 출신 스타들과 달리 마약과 술을 단호하게 피해가며 채식주의자이자 A만 받아들이는 우등생으로 나이를 먹었다. 포트먼은 배우로 남기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포트먼은 기억과 정체성의 상호영향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어한다. “연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내 삶에 너무 많은 제약을 가하는 거잖아요”라고 활기있게 주장하는 포트먼은 벌써 제작사를 차린 크리스텐슨처럼, 욕심도 많고 살날도 많은데 잠깐의 인기에 압도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렇게 닮은 탓에 아직도 날마다 전화를 주고받는다는 두 배우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력의 차이를 드러냈다. 한달 동안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의 훈련을 받은 끝에 광선검을 잡은 첫날, 크리스텐슨은 검을 휘두르면서 영화 속에서 들리는 ‘쉭쉭’ 소리를 직접 냈다. 루카스는 “헤이든, 우리는 괜찮은 사운드를 입힐 정도로 돈이 많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포트먼은 외계인 병사와 전투기를 상상만 하면서 혼자 뛰어다니느라 울기까지 했던 <에피소드1>보다 한결 여유로워졌다. 너무 느긋해진 나머지 혼자 호수에 나가 수영을 즐기다 귓병을 얻기는 했지만. 포트먼은 지금까지 수잔 서랜든이 “내털리 없이는 연기 안 하겠다”고 주장해 섹스신을 삭제한 <여기말고 어딘가>나 “극중 가장 똑똑한 캐릭터라서” 선택한 <뷰티풀 걸>처럼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영화에 주로 출연해왔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큰 도전이었지만, 포트먼은 또 다른 경지를 개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간만 나면 같이 놀고 대화했던 포트먼과 크리스텐슨은 이제 서로 다른 대륙의 공기를 마시고 있다. 크리스텐슨은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부였던 이완 맥그리거의 충고에 따라 런던에서 상연되는 연극 <이것이 우리의 젊음>에 출연했다. 케빈 클라인의 아들로 출연한 2001년작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로는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니 느닷없는 행운아로 인식될 위험에서도 벌써 한발을 뺀 상태. 포트먼은 “대학 시절 동안, 배우와 평범한 소녀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던 내 정체성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목표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는 한편, 주드 로와 니콜 키드먼 등이 출연하는 <콜드 마운틴>을 예약해놓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아나킨보다는 다스 베이더의 어둠에 가까워야 하므로” 크리스텐슨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 출연 여부를 결정 못했던 루카스가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2005년에 개봉할 <에피소드3>는 제다이를 멸망시키고 우주를 어둠으로 뒤덮는 비극이 완성될 마지막 시리즈. <에피소드2>에서 로맨스에 취했던 포트먼은 두 연인의 운명이 “언제,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연인들의 전형적인 비극”이라 생각하며 현실성을 부여한다. 크리스텐슨은? 아직 포트먼보다는 모자란 듯, 루카스에게 “3편에선 다스 베이더의 헬멧을 쓸 수 있을까요”라며 틈만 나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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