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씨는 호탕하고 현장에서도 사람들 잘 챙기고….” 한참 모지은 감독을 칭찬하던 정준호가 미끄러지듯 신은경에 대한 찬사로 넘어가려는데, 그 호탕하다는 신은경이 갑자기 바짝 붙어 앉으며 말을 자른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어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꼭 다비드 같아.” 잠깐 멈칫. 하지만 곧 충청도 남자 특유의 느릿한 웃음으로 “그러게. 옛날 같았으면 여자 한 스무명 거느렸을 텐데”라며 넘겨보려는 정준호와 “진짜라니까. 정말 첫눈에 반할 만해”라고 끝까지 우기는 신은경, 이 닭살 남녀는 아직도 로맨틱코미디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초보 커플 같기만 하다.
정준호와 신은경을 이처럼 사탕 포장지 안에 꽁꽁 싸놓은 영화는 8월8일 개봉하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외로움에 시달리는 커플 매니저와 느닷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착하고 능력있고 잘생긴 고객의 사랑 이야기다. 감독이 스물여덟의 젊은 여성인 탓에 성급하게 매스컴을 탔지만, 두 주연배우는 거기에 묻혀버린 <좋은 사람…>이라는 영화가 왜 잘돼야만 하는지 목청까지 높이면서 강조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예쁘고 행복한 영화”라는 것이 하나 같은 두 사람의 주장. 서로 챙겨주며 스튜디오를 떠나는 마지막까지 서먹한 듯하면서도 시샘나는 커플처럼 보였지만, 신은경의 한마디에 두 사람은 ‘로맨틱’보다 ‘코미디’에 가까워져버렸다. “정준호씨, 여자들하고 <좋은 사람…> 찍다가 여배우 다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