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6살 진저(캐서린 이자벨)와 15살 브리짓(에밀리 퍼킨스)은 절친한 자매다. 자상한 어머니와 무심한 아버지가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둘은 어른이 되기 전에 함께 죽자고 다짐하곤 한다. 보름달이 뜬 밤, 진저와 브리짓은 외출을 했다가 흉칙한 괴물을 만난다. 진저는 괴물에게 물어뜯기지만 지나가던 차가 괴물을 치는 바람에 살아난다. 마을의 개들을 해치던 이 괴물은 늑대인간. 늑대인간에게 물린 뒤로 진저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몸에 털이 나고 꼬리가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변화를 지켜보며 브리짓은 진저를 구할 방도를 강구한다.
Review
남성적 캐릭터인 늑대인간을 10대 소녀로 탈바꿈시킨 발상이 신선한 영화지만 <진저 스냅>은 쾌감의 참맛을 일러줄 만큼 성숙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손길은 애매한 데 머무른 채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 전 죽겠다던 소녀들의 감상, 모든 걸 공유하는 자매의 우정, 앞뒤 안 가리고 그녀를 도우려는 소년의 사랑 등 여러 갈래로 뻗어갈 수 있는 영화의 혈맥은 나이답지 않게 늙은 티를 낸다. 농담을 해도 좋으련만 시종 엄숙한 표정을 짓는데다 뭔가 있을 듯 잔뜩 힘주고 만든 분위기도 무서운 것과 거리가 멀다. 상큼한 장르의 변신을 보여줄 수도 있었던 <진저 스냅>은 늑대인간이 되면서 점점 섹시해지는 소녀, 캐서린 이자벨을 보는 B급영화적 재미에 만족하는 걸로 자기 운명을 제한하고 말았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