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저스냅>
2001-05-08
시사실/진저스냅

Story

16살 진저(캐서린 이자벨)와 15살 브리짓(에밀리 퍼킨스)은 절친한 자매다. 자상한 어머니와 무심한 아버지가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둘은 어른이 되기 전에 함께 죽자고 다짐하곤 한다. 보름달이 뜬 밤, 진저와 브리짓은 외출을 했다가 흉칙한 괴물을 만난다. 진저는 괴물에게 물어뜯기지만 지나가던 차가 괴물을 치는 바람에 살아난다. 마을의 개들을 해치던 이 괴물은 늑대인간. 늑대인간에게 물린 뒤로 진저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몸에 털이 나고 꼬리가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변화를 지켜보며 브리짓은 진저를 구할 방도를 강구한다.

Review

캐나다산 공포영화 <진저 스냅>은 10대 관객을 위한 늑대인간 이야기다. 공포물의 해묵은 소재를 부활시키기 위해 이 영화가 거는 주문은 막 월경을 시작한 10대 소녀의 불안과 반항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가 그랬듯 <진저 스냅>의 소녀는 남들보다 늦게 생리를 겪는다. 그날 밤 늑대인간이 그녀를 물어뜯고 소녀는 자기 몸에 생긴 변화를 보며 당황한다. 상처에서 털이 나고 꼬리가 자라는 이상한 일을 어른들은 알지 못한다. 소녀는 이제 남자를 찾는다. 오르가슴을 원하지만 섹스 역시 만족스런 일은 못 된다. 그녀는 대신 살아 있는 자의 피를 보며 흥분한다. 남은 것은 불행을 모르는 자들에게 자신의 나쁜 피를 주입하는 일이다. 소녀의 여동생은 언니에게 닥친 일을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녀는 언니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쓴다. 언니는 그녀의 거울이며 미래이기 때문.

남성적 캐릭터인 늑대인간을 10대 소녀로 탈바꿈시킨 발상이 신선한 영화지만 <진저 스냅>은 쾌감의 참맛을 일러줄 만큼 성숙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손길은 애매한 데 머무른 채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 전 죽겠다던 소녀들의 감상, 모든 걸 공유하는 자매의 우정, 앞뒤 안 가리고 그녀를 도우려는 소년의 사랑 등 여러 갈래로 뻗어갈 수 있는 영화의 혈맥은 나이답지 않게 늙은 티를 낸다. 농담을 해도 좋으련만 시종 엄숙한 표정을 짓는데다 뭔가 있을 듯 잔뜩 힘주고 만든 분위기도 무서운 것과 거리가 멀다. 상큼한 장르의 변신을 보여줄 수도 있었던 <진저 스냅>은 늑대인간이 되면서 점점 섹시해지는 소녀, 캐서린 이자벨을 보는 B급영화적 재미에 만족하는 걸로 자기 운명을 제한하고 말았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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