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매트릭스>의 강박증? <네이키드 웨폰>
2003-05-13
글 : 이영진
■ Story

한 조직의 보스가 로마에서 살해된다. 용의자는 뛰어난 무공을 지닌 여성 킬러. CIA는 그녀를 붙잡아 배후의 인물인 마담 M의 소재를 파악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M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 킬러를 총으로 쏘아죽이고 이내 잠적한다. 한편, CIA 요원인 잭 찬(오언조)은 M이 사라진 이후, 연이어 발생하는 여자아이 납치사건에 주목한다.

■ Review

킬러인 그녀(들)는 ‘몸’이 무기다. 철통 같은 경호도 그녀(들) 앞에선 번번이 뒤통수를 맞는다. 혹시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을까, 맨살이 들여다 보이는 드레스까지도 들춰보지만 별 수 없다. 그녀(들)가 유유히 침실을 빠져나오는 순간, ‘빅 브러더’들의 숨통은 이미 끊어져 있으니까. 성적으로 어필한 뒤, 무력으로 제압하는 ‘육탄공격’이 특기인, 킬러 샬린(매기 큐)과 캣(안야)을 투톱으로 내세운 <네이키드 웨폰>은 ‘섹스와 폭력’이라는 광맥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홍콩영화다.

전반부는 샬린과 캣이 마담 M에 의해 ‘니키타’로 양육되는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적라특공’(赤裸特攻)(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 을 체득하기 위해 이들은 붙잡혀온 뒤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배틀 로열’도 벌어야 한다. M의 횡포와 강압에 감히 맞서지 못하는 샬린과 캣은 혈육처럼 서로를 다독여가며 수용소 생활을 버텨내고, 결국 킬러로서의 삶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샬린과 캣을 ‘필드’에 내보낸 이후부터 영화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액션의 맥박은 느려지고, 드라마의 긴장은 떨어진다. 리듬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샬린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CIA 요원 잭 찬의 설익은 애정은 눈감는다 하더라도, 최음제를 맞은 뒤 바닷가에서 잭 찬과 섹스를 나누는 샬린의 행각은 뜬금없다.

감독인 정소동은 <천녀유혼> <동방불패> <동방삼협> 등을 연출했으며, 얼마 전 <영웅>의 액션을 안무했던 무술감독 출신. 화려한 와이어 기술로 직조된 액션장면이 그의 이력을 말해준다. 그러나 싸움 끝에 시력을 잃게 된 샬린이 “마음을 물처럼 흐르게 하라”고 최면을 걸고서 임하는 결전장면에서의 빈번한 고속 촬영과 앵글 선회는 그가 ‘<매트릭스> 강박증’을 앓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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