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남기남표` 여름방학 블록버스터,<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
2003-07-29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Story

평화로운 어느 옛 고을에 서양귀신 드라큘라(임혁필)가 나타나 숫처녀들을 잡아가는 소동이 벌어진다. 세상의 난세에 대비하여 무술과 마술을 수련하던 갈갈이(박준형), 옥동자(정종철), 느끼남(이승환) 등 ‘갈갈이 패밀리’는 도사의 명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하산한다. 마을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모여든 장비와 무당과 강시는 오히려 드라큘라의 부하가 되고, 갈갈이 삼형제는 납치된 마을 유지의 딸 아씨(김다래)를 구하기 위해 드라큘라의 거처로 쳐들어간다.

■ Review

1989년 남기남 감독이 만든 <영구와 땡칠이>는 270만명의 아이들을 동원했다. 그 270만명의 아이들은 이제 더이상 어리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남기남 감독은 또 다른 지금의 아이들을 겨냥하여 ‘남기남표’ 여름방학용 블록버스터를 2003년에 선보인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몰이에 앞장선 갈갈이 삼형제가 시대에 뒤처진 공룡 <영구와 땡칠이>를 대신하고, 나머지 개그맨들 역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등장하여 전체의 내용에 상관없이 귀에 익은 유행어와 성격과 장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만약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는 아이들이라면(혹은 보고도 웃지 않는 아이들, 또는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는 매우 재미없는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는 인물들의 웃기는 외양, 또는 혼자 쓰러지고, 넘어지는 바보 같은 행동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웃기다고 우기는 수준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재치있다고 환호받았던 그 말과 성격과 행동을 영화로 가져온다.

그래서 때때로 어느 대사는 초등학생의 유머 타이밍을 넘어서고, 그 순간만큼은 어른의 웃음도 유도한다. 영화적인 매끄러움과는 상관없이 ‘시청자’만이 눈치챌 수 있는 사전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일정한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므로, 옛날 배경에 웬 하수구 구멍이냐고 물어도 영화는 호응해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주저앉혀 돈을 벌어보겠다는 제작자의 의도는 껄끄럽지만, 한 노장감독의 서바이벌 영화 만들기는 기어이 또 한번 기한을 맞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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