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인터뷰] 코믹 소품으로 돌아온 <매치스틱 맨>의 리들리 스콧
2003-09-15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기다려왔다, 빨리 찍을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를”

오는 11월이면 66살이 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은 무척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가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등 클래식 공상과학영화를 만든 당사자여서 그런지, 유명배우들 역시 처음 그 앞에 서면 긴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말문을 트면 마치 옆집 할아버지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미 전역에서 9월12일에 개봉예정인 <매치스틱 맨>의 홍보차 뉴욕을 방문한 그를 만나보았다.

<매치스틱 맨>은 최근 감독한 <글래디에이터>나 <블랙 호크 다운>과는 거리가 먼 소규모의 코미디영화다. 특별히 연출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

사실 이런 영화를 찾았었다. 단기간에 끝낼 수 있으면서도,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 영화. <매치스틱 맨>은 2개월 만에 촬영을 끝냈고, 촬영 중에도 무척 재미있었다. 나는 언제나 직감을 따라가는 편이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읽을 때에는 어떤 배우를 쓸지, 어떻게 장면들을 찍을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규모가 큰 영화를 하면 14∼15개월 동안 한 작품에 몰입해야 한다. 배우들은 그 기간에 3∼4편의 영화를 찍는다. 생각해보면 무척 부러운 일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작품 구상과 준비를 오버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매치스틱 맨>은 <블랙 호크 다운>과 다음 작품인 <트리폴리>를 준비하는 중간에 연출했다.

배우나 작가들이 당신의 개방적인 성격과 자유로운 촬영분위기에 감동했다고 하던데….

영화는 절대로 혼자서 만들 수 없다. 파트너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오픈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다. 배우들이나 작가, 스탭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일은 즐겁게 해야 한다. 내가 벌써 영화를 만든 지 25년이 된다. 일이 즐겁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랬동안 하기 힘들었을 거다.

극중에서 23살인 여배우 앨리슨 로먼이 14살 소녀 역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나.

앨리슨이 오디션을 보러왔을 때 짧은 머리를 양쪽으로 매고, 모자를 눌러쓴 채로 왔다. 귀여운 그런지 스타일의 톰보이라고나 할까. 그런 앨리슨을 보는 순간 “바로 얘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디션 때 차림 그대로 영화에도 출연시켰다.

당신은 공상과학영화에 큰 영향을 준 감독 중 하나다. 요즘 영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확실히 내가 영화를 시작했을 때보다 많은 발전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CGI에 대한 위험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CGI가 드라마적인 요소를 없애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스토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에이리언>을 다시 편집했다는 소식이 있던데….

올 가을에 선보일 예정인데, 5분 정도 추가장면을 넣었다. 디지털 리메스터를 했고, 더 짜임새 있게 몇 군데를 수정했다. 1979년 당시 혼자서 감독하고, 편집까지해서 무리가 있었다. 한 가지에 너무 집착해서 여러 번 보면 실수하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편집인을 고용해서 제3자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면서 고쳤다. 톰 스케릿의 달라스 캐릭터에 대한 장면을 더 추가했다. 전체적으로 좀더 타이트해졌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토니 (스콧)와 토론토에 스튜디오를 만들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협상 단계에 있다. 이 스튜디오는 재정적인 면보다는 실질적인 영화제작에 사용될 것이다. 다음 작품은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트리폴리>다. 윌리엄 모나한이 쓴 작품으로 러셀 크로와 벤 킹슬리가 출연한다. 2004년 11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에 그만두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집에서 키우는 개 2마리의 사진을 찍어 그리고 있다. 뉴욕=양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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