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빈 디젤을 보는 재미,<빈 디젤의 디아블로>
2003-09-30
글 : 심지현 (객원기자)
■ Story

거리에서 자라 미 마약단속반(DEA) 요원으로 성장한 션(빈 디젤). 7년 동안 추적해온 마약계의 대부 루체로 체포에 성공하지만, 새로이 등극한 보스 디아블로에게 아내를 잃고 거친 범죄의 수렁 속에 혼자만의 전쟁을 선포한다.

■ Review

<셋 잇 오프> <네고시에이터>의 게리 그레이 감독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빈 디젤의 디아블로>는 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적은 제작비로 짧게 찍어 비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너끈하게 잡아내던 감독은, 6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에 눌려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다. 제작기간 중 절반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쓰일 만큼 각본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이나,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이야기는 내내 중심을 잡지 못한다. 지난해 이맘 때 관객을 열광시킨 <트리플X>의 히어로 빈 디젤은 연기력이 부쩍 늘어 아내를 잃고 분노에 이성을 저당잡히는 경찰관 션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션의 동료 드미트리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신예 라렌즈 테이트의 연기도 유망주답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문제는 역시 개연성. 개인적인 적개심 때문에 마약단속반의 작전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난 뒤 경찰배지를 반납한 션이 적진에 홀로 뛰어들어 멕시코 최대 마약밀매 조직을 와해시키고 우두머리를 제거하는 과정은 허술하다 못해 작위적일 정도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 7년의 추적 끝에 붙잡은 마약상을 찾아가 의심없이 도움을 청하는 첫 장면부터 이성 잃은 경찰관이 겁없이 벌이는 소란 정도로 이해하기엔 나아가도 너무 나아간다는 느낌이다. 밀거래에 쓰일 돈을 수송하는 자가 무기도 없이 혼자 수송기를 모는 거나, 오지 마을로 숨어든 보스를 멕시코 군경의 도움을 받아 간단히 체포하는 장면 역시 경찰복은 벗은 민간인이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는 협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이맘때 관객을 열광시킨 <트리플X>의 제작진이 <S.W.A.T 특수 기동대>의 제작을 맡아 빈 디젤과의 한솥밥 우정을 단숨에 경쟁관계로 뒤바꾼 것도 재밌지만, <…디아블로>와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가 같은 감독의 <이탈리안 잡>이라는 점도 관객에겐 흥미로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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