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실미도> 210일간의 혹독한 촬영의 기억 [3]
2003-11-07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실미도> 촬영현장에 나타난 귀신들

Q : 실미도의 귀신의 특징은?

A : 모두 군복을 입고 있다


이름없이 쓰러져간 기구한 영혼들이 떠도는 섬 실미도. 스탭들은 촬영 중간중간 당시의 물건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피묻은 칼이 발견됐을 때는 거의 패닉상태였다. 하여 귀신의 출현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저곳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증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5월18일, 밤촬영 3일째. 조감독 3인방 중 한명인 심혁 조감독은 어젯밤에 다리없는 군인 귀신을 봤다고 하고 훈련병 중 두어명도 실미도에서 귀신을 보았고 제작부 재승이와 승원이도 실미도에서 잘 때 귀신을 보아서 밤새 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고 한다(제작부는 2명씩 교대로 촬영종료 뒤 스탭과 배우가 숙소로 돌아가도 실미도 현장의 장비와 세트장을 지키기 위해 불침번을 선다). 현장 분위기 흉흉해 여자 스탭들은 촬영장에선 화장실도 안 가고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버티느라 고통을 호소한다. 산길에다 전구를 나무나무마다 매달아놓아 그나마 환하게 지나다닐 수 있지만 이름 모를 짐승이 숲속에서 부스럭거려 놀랄 때가 많다.” - 제작부 일지 중

“훈련병 막내로 출연한 강도한이 촬영이 없어서 내무반 막사에 있었대요. 물론 졸음이 막 쏟아질 때 본 거라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쪽에 건빵주머니가 두개 달린, 누가 봐도 인민복이 분명한 옷을 입은 사람이 머리맡에서 측은하게 자기를 보고 있었대요. 아휴… 그 이야기를 듣는데 소름이 확 끼치더라구. 하긴 워낙 이유없이 죽은 사람이 많았으니까. 게다가 배우들이나 스탭들도 그때쯤 기가 허해져서 인지 단시간에 다발적으로 귀신을 본 사람들이 속출했어요.” - 설경구(배우)

다음은 연출부 일지에서 퍼온 몇 가지 귀신 목격사례다.

사례1. 의상팀이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숙소가 있는 옆 섬 무의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미도 막사 세트에서 잠을 잘 때이다. 딱딱한 바닥에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던 윤경이가 무심히 천장을 봤을 때 천장에 군복을 입고 둥둥 떠 있는 귀신과 눈이 마주쳤다고 한다. 너무나도 슬픈 눈. 원래 귀신을 잘 본다는 그녀의 말과 평소 행태를 봤을 때 믿을 확률 90%.

사례2. 세트를 지키기 위해 항상 제작부 남자 2명이 실미도에 남아 숙식을 했는데 그날따라 식당에서 키우는 개가 자꾸 짖었다고 한다. 멍!… 멍!… 멍!…. 무인도라 사람이라곤 우리밖에 없는데… 이상하게 생각된 그들은 무서워 나가지는 못하고 담배를 한대씩 태우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근데 자꾸 침대가 흔들린다. 흔들지 좀 마! 조용히 말했으나 상대편은 묵묵부답…. 불을 켜보니 상대는 곤히 자고 있었고 담배한 개비가 재떨이에 타고 있었다. 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잠을 청한 지 3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그 담배는 누가 피운 걸까. 평소 불조심 안 하는 그들의 행태로 봤을 때 믿을 확률 40%.

사례3. 무술팀장인 유상섭 팀장이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술을 한잔 먹어서였을까? 잠은 안 오고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옆의 숙소 배우에게 하나 얻어 피우겠다고 나선 유 팀장. 어두운 안개 속에 누군가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듣는다. 그쪽으로 넋나간 사람처럼 걷는다. 한참을 걷는데 이쪽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부른다. 다시 반대쪽으로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숙소에서 한참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물빠진 갯벌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평소 정직한 성품으로 보아 믿을 확률 70%. 근데… 담배가 그리도 급했을까?

사례4. 나(조감독 백종열)는 전날 무지하게 술을 먹고 11시쯤 깨서 화장실에 갔다. 오줌을 누고 나오려는데 누가 등을 잡았다. 눈을 뜰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등을 잡아끈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넘어졌다. 화장실에서 너무 안 나와서 문을 열어본 연출부 경호는 나의 모습을 이렇게 증언했다. 넋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한참을 서 있다가 뭐에 끌리듯 뒤로 넘어가더라고…. 그 방에서 잠을 잔 연출부들 거의 대부분이 가위에 눌렸다. 평소 곧은 성품과 바른생활을 하던 나의 행태로 봐서 믿을 확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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