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원조 갱스터와 필름누아르를 교배한 <무간도2> [2] - 맥조휘 인터뷰
2003-11-28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무간도> 시리즈, 공동 각본 · 감독 맡은 맥조휘에게 묻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살렸다

<무간도> 1편과 2편의 각본은 흐트러짐이 거의 없다. 그런데 각본에다 감독까지 맡은 맥조휘(Alan Mak)에 대해 국내에 알려진 건 거의 없다. 공동으로 연출한 유위강은 1985년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뒤 연출과 촬영을 병행하며(<무간도> 1편은 크리스토퍼 도일이, 2편은 유위강이 촬영했다), 홍콩영화의 영광과 수난을 함께하고 있다. 그의 최근작은 <풍운> <중화영웅> <동경용호투> <소살리토> 등인데, 이 필모그래피만으론 <무간도> 시리즈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맥조휘 감독이 더욱 궁금해진다. <War Named Desire, A> 등을 연출한 그는 <홍콩 시티 엔터테인먼트>가 선정한 10명의 촉망받는 감독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을 게 틀림없다.

-어떻게 영화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키워왔나.

=홍콩 아카데미 대학에서 퍼포밍 아트, 그러니까 드라마를 전공한 뒤, 1991년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영화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가 전공한 분야에서 일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건데 이 덕분에 나를 개발할 수 있었고 감독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일을 주었던 프로듀서들이 감독으로서의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었다.

-배우로도 활동한 것으로 아는데.

=대학에서의 전공이 연기였지만, 그뒤 관심을 갖게 된 건 연출이었다. 연기자로서 몇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조 감독을 맡으면서 감독의 요구에 따른 것뿐이다.

-<무간도> 속편 기획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고, 시나리오를 쓸 때 특별히 염두에 둔 것은.

=<무간도>를 촬영하면서 <무간도2>가 아닌 <무간도3>에 대한 구상을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무간도>의 대성공 뒤, 유위강 감독은 청년 유건명과 진영인에 대해 내가 이야기했던 것을 환기시켜줬는데, 그건 배우들에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라고 들려줬던 것이다. 유위강 감독이 그걸 시나리오로 써보라고 했고, 이것이 <무간도2>가 됐다. <무간도> 2편과 3편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시리즈가 홍콩 영화역사의 큰 획을 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장에서 진관희(가운데)와 유위강(오른쪽) 감독과 함께

-2편은 <대부>의 기운이 역력히 느껴진다. 의도한 것인가.

=영화 역사상 최고의 3부작이라 할 <대부>…. 이런 명작과 비교가 되다니 나에게는 큰 영광이다. <대부>가 내게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간도>와 <대부>의 유일한 공통점은 누아르가 배경이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의 누아르와 다른 홍콩 누아르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누아르 스토리가 언제나 매력적인 건 그 장르의 드라마틱한 설정 때문이다. <대부>를 이야기하면서 ‘미국식 누아르’란 말을 하지만, 그건 사실은 ‘이탈리안 누아르’다. 이탈리아인들은 중국인들과 아주 흡사하다. 모두들 자기 가족에 대해 강렬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이 역시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라 아니할 수 없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모두 1편에 비해 더 깊고 넓어진 것 같다.

=1편의 전사이지만, 청년 유건명과 진영인의 대립이 아니라 그들의 보스라 할 황지성(황추생)과 한침(증지위),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라 할 예영효(오진우)의 대결구도다. 경찰 황지성을 문제적 인간으로, 마피아 한침을 인간적으로 그린 이유는. <무간도> 시리즈는 유건명과 진영인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유건명과 진영인의 운명이 그렇게 된 데에는 황 국장과 한침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그것이 바로 운명이며 이 점이 바로 <무간도>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한침과 황 국장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가?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인가.

=황 국장과 한침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좋은 친구였다. 황 국장은 한침을 이용해 마피아의 파워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은 틀린 셈이 됐다. 그들 사이의 유일한 거래라 하면, <무간도2>의 마지막 부분에 한침이 예 회장(오진우)의 범죄를 증언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2편에서 홍콩 반환에 따른 권력 이양과 함께 마피아, 경찰의 권력도 이동된다. 단순한 상상인가, 아니면 어떤 사실 관계에서 출발한 것인가.

=그건 그냥 영화적인 상상이었을 뿐이다.

-오우삼, 임영동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홍콩 누아르와 <무간도> 시리즈를 얼마나 차별화하려고 했는가.

=의리와 충성의 테마, 총격전의 미장센, 사라진 영웅 등이 특히 달라 보인다. 이미 당신이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간도>와 다른 작품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총격신을 빼고, 스토리와 캐릭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무간지옥이라는 불교적 설정을 가져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누아르와 불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 어울린다. 불교의 ‘무간지옥’은 <무간도> 시리즈 전체의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배경이다. ‘무간’(無間)의 의미는 ‘끝이 없음’이다. 각자가 저지르는 나쁜 행동의 결과는 끝이 없다는 거다.

-<무간도> 시리즈뿐 아니라 SF물 <남혈인>에서도 유위강 감독과 공동연출을 했는데, 어떤 관계인가?

=<무간도> 1, 2, 3편에서 유위강 감독과 각각 어떤 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나. 나와 유위강 감독은 좋은 파트너였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할 것이다. 그리고 <무간도> 시리즈에서의 각자의 역할이란 뭐라고 딱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우리 둘은 늘 모든 것을 함께 토론하며 결정을 내린다. 난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늘 낫다고 생각한다.

-<무간도>를 의식하고 제작되었음이 분명한 <쌍웅>처럼 유사한 소재의 영화들이 홍콩에서 또 만들어지고 있는가.

=그러길 바란다.

-1편과 2편의 홍콩 흥행성적은 정확히 얼마나 되는가? 이를 역대 흥행성적과 비교해본다면.

=홍콩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말한다면, <무간도>는 총 5600만홍콩달러였고, <무간도2>는 현재까지 2800만홍콩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기록에 관해서는…, 글쎄? 난 솔직히 상관하지 않는다. 나에겐 이 작품이 내가 만들기 원했던 작품이었는가만이 중요하다.

-<무간도> 시리즈가 침체 일로의 홍콩영화의 대안이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위강 감독은 금상장 영화제 시상식 때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간도>가 홍콩 영화의 돌파구를 만들어줬다”고 했는데, 홍콩의 제작자와 감독쪽으로 나눠보면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무간도> 시리즈가 홍콩 영화산업이나 관계자들을 바꿔놓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사람들은 아이디어나 시나리오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나면 각자 또 자기의 길로 되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좋아하는 혹은 크게 영향을 받은 홍콩영화와 감독은 누구인가.

=오우삼 감독과 두기봉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1편의 결말을 여러 버전으로 나눈 이유는(국내 개봉작과 달리 양조위가 죽은 뒤 유덕화가 삼합회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체포되는 것으로 끝나는 버전이 있다).

=다른 시장을 위한 다른 엔딩이었다. 결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아주 재미있는 ‘심의법’이 있다. “좋은 사람은 좋은 결과를 맞이해야 하고, 나쁜 사람은 끝에 죽어야 한다”라는…. 왜 그래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당신이 그 나라에서 당신의 영화를 개봉하고 싶다면 당신 역시 그들의 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궁금한 것, 3편에 대해 말해달라.

=죽은 양조위를 어떻게 재등장시킬 것이며, 여명은 어떤 캐릭터이고, 무슨 이야기인가. 지금은 자세히 설명해줄 수가 없는데. 곧 알게 되지 않을까. <무간도3>에서 양조위가 다시 출연하는데, <무간도>에서 그가 죽기 전의 시간과 상황으로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계획 중인 작품은.

=차기작 계획 역시 일급비밀이다. 그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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