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2] - 강승용 미술감독 인터뷰
2003-11-28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강승용 미술감독 인터뷰

열린 공간을 통해 삶의 문화를 오픈했다

<흑수선> <YMCA야구단> <황산벌> <실미도> 등 굵직굵직한 시대극을 책임져왔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지난 8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2달에 걸쳐 이 대규모 세트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세트에 대한 구체적 설명 이전에 영화의 내용을 먼저 설명하려드는 그에게선 “영화라는 게 미술 혼자서 잘할 수 없다”는 직업철학이 드러났다.

부분작업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통째로 만드는 일이라 쉽지 않았겠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에 사진자료가 많았고, 그 시절 장년이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효자동의 유래에 대한 문헌들도 참조했다. 효자동은 주로 왕실의 외친척이나, 내시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제력가들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청와대 경호정책으로 개발과 발전이 멈춰지면서 외식가옥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했나. 열린 공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즉 마당이나 길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열린 공간을 통해 그들의 삶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도록 고려했다. 특히 이발관은 꽤 많은 신이 촬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게 잘못 지어지면 전체 드라마가 깨진다고 생각해서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담으로 공간을 차단하지 않고 2면은 창문으로, 1면은 문으로 3면이 다 열려 있어서 창문 넘어 동네사람들 이야기도 들리고 풍경도 보인다.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60m 정도되는 개천은 상수도를 끌어당겨서 물이 차고 흐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복궁 돌담이 인상적이다. 이 세트에서 효자동 마을 세트와 경복궁 돌담의 비중이 50:50이라고 생각한다. 저 돌담이 있음으로 해서 극의 설정이 쉽게 비주얼화될 수 있다. 지금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일는지 몰라도 돌담 뒤의 소나무밭도 오랜 헌팅 끝에 발견해낸 곳이다.

20년이란 시대변화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나.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한번의 리노베이션이 있을 예정이다. 정부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건축자제들도 흙에서 썩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공자제로 바뀌고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벽도 많아지고 창문에도 창살이 들어갈 거다. 또한 그전의 가옥들이 땅과 흙의 색을 닮아 있었다면 70년대 이후엔 땅과 괴리된 컬러들, 즉 좀더 화려한 색으로 변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