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반지의 제왕> 총정리 [2]
2003-12-1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세상의 창조부터 반지의 파괴 그리고 그 이후까지, 중간계 연대기

태초에 파괴되어야 할 반지가 있었노라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3441년 동안 지속된 제2시대, 그 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야만 한다. 태초에 창조주 일루바타르는 아이누족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라 명했다. 그 선율을 따라 땅과 바다가 떠오르고 생명이 들어설 여백이 생겨났다. 아르다, 곧 지구의 탄생이었다.

아르다에 매혹된 몇몇 아이누들은 발라라는 이름을 지니고 그 땅에 내려가 물을, 공기를, 혹은 대지를 다스리며 풍요로운 창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 어둠이 깃들었으니, 가장 총명하고 가장 힘있는 발라 멜코르가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발라들은 서쪽에 숨은 도시 발리노르를 건설하고 사악한 멜코르를 감금했지만, 멜코르는 영생의 빛이 담긴 보석 실마릴을 훔쳐 중간대륙으로 달아났다. 이제 멜코르는 모르고스라 불리는 어둠의 군주로 군림하게 됐다. 그에 대항하는 요정과 인간의 전투가 끝난 뒤에야 제1시대는 막을 내렸고, 실마릴은 바다와 하늘에 빛으로 남았다.

은신처에서 뛰쳐나온 발라들은 모르고스를 세상의 담 밖, 시간이 없는 허공에 밀어넣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강력했다. 모르고스의 충복 사우론은 발라에게 용서를 빌고 살아남아 그 주인이 남긴 악의 씨앗을 수확하고자 했다. 중간대륙에 숨어든 그는 제2시대 500년경부터 활동을 시작해 1200년 무렵 요정과 인간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보석세공에 능한 엘레기온의 요정들은 발라의 기술을 전해주겠다는 사우론에게 넘어가 300년 뒤부터 많은 반지들을 만들었지만, 가장 강한 세개의 반지는 숨겨졌다. 1600년경, 사우론은 모든 반지를 지배하는 절대반지와 어둠의 요새 바랏두르를 완성했다. 그는 수중에 남은 반지 중에서 난쟁이 왕들에게 일곱개를, 인간의 왕들에게 아홉개를 선물했다. 사우론은 그들 하나하나를 악령으로 만들어갔지만, 번성하던 인간의 왕국 누메노르까지 파멸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누메노르에 일부러 인질로 끌려가 그 왕국마저 타락시키기에 이르렀다.

사우론의 귀환과 골룸의 등장

3319년 마침내 누메노르인들이 서쪽을 공격하자 발라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악에 물든 왕국 누메노르를 홍수로 휩쓸었고, 사우론을 심연 아래로 떨어뜨렸다. 불길에 휩싸인 사우론은 형체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절대반지는 파괴되지 않았다. 이듬해 영혼만 남아 돌아온 사우론은 모르도르에 둥지를 틀었다. 힘을 키우는 데는 100년이면 충분했다. 3429년 사우론은 누메노르의 생존자 엘렌딜과 그 아들들이 건설한 왕국 곤도르를 공격했다. 요정과 인간은 마지막 동맹을 맺었고, 3434년엔 7년 동안 계속된 바랏두르 포위전을 시작했다. 제2시대의 마지막 해 3441년, 빛나는 요정 길-갈라드와 키가 큰 엘렌딜은 함께 사우론을 찌르고 함께 죽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던 엘렌딜의 장자 이실두르가 절대반지를 손에 넣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 요정의 왕 엘론드는 바로 그 순간 사우론의 귀환이 예정되었던 거라고 탄식했다. 이실두르는 엘론드의 충고를 무시한 채 아버지와 형제들의 핏값이라는 명목으로 반지를 들고 귀향길에 올랐다. 그가 안개산맥을 넘은 제3시대 초입, 매복한 오크 군대가 습격해왔다.

이실두르는 반지를 끼고 모습을 숨긴 채 안두인 대하에 뛰어들었지만, 반지는 물길에 휩쓸려 손가락에서 빠져나갔다. 혹은 스스로 새 주인을 버린 것이라고도 했다. 발라들의 영생목 님로스의 씨앗을 미리 간직해둘 정도로 총명했던 이실두르는 세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그는 오크의 화살이 아니라 ‘반지의 복수’ 때문에 죽은 것이다. 그러나 엘렌딜이 사우론을 찌른 그 순간, 부러진 검 나르실은, 곤도르에 전해졌고, 아라곤에 이르러 안두릴로 부활했다. 님로스 씨앗을 심은 곤도르의 하얀 성수도 21대 섭정 때에 말라죽었지만, 아라곤이 귀환하자 새로운 묘목을 싹틔웠다.

그렇게 절대반지는 깊은 강물 속에 가라앉았다. 이후 2천년 동안 중간대륙에는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었다. 엘론드는 갈라드리엘의 딸 켈레브리안과 결혼해 두 아들을 얻었고, 제3시대 241년에는 아름다운 아웬 운도미엘을 낳았다. 곤도르도 번성하여 1050년에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1100년 무렵부터 나즈굴이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1980년 모르도르에 집결한 그들은 여러 왕국을 정복했고, 2050년에는 곤도르의 마지막 왕 에아르누르를 삼켰다. 그렇게 곤도르에선 왕이 사라졌다. 2463년, 호기심 많던 청년 스미골은 친구 디골이 낚시하다 발견한 절대반지를 빼앗기 위해 그를 살해했다. 안개산맥에 숨어든 스미골은 556년을 더 살았지만, 골록거리는 괴물 골룸이 되어 보낸 비참한 세월일 뿐이었다.

중간대륙에 어둠이 드리우면서 나타난 현자 간달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우론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의심해왔다. 그는 몇 차례 마법사의 요새 돌굴두르를 탐색했고, 2850년에는 사우론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절대반지를 갖고 싶어하던 사루만이 진격을 명하는 신성회의의 결정을 방해했다.

절대반지는 주인 사우론을 찾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간달프는 홀로 돌 굴두르를 지켜보다가 그곳에서 만난 난쟁이 스로인의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 2941년 그 모험에 따라간 빌보는 골룸으로부터 절대반지를 빼앗았다. 의혹을 키우던 간달프는 3017년에야 이실두르의 두루마리를 읽고 빌보의 반지가 절대반지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 사이에는 아라곤과 아웬의 사랑이 있었다. 사우론이 바랏두르 재건을 시작한 2951년, 비밀에 싸인 채 성장한 아라곤은 엘론드로부터 자신의 혈통에 관해 들었고, 임라드리스의 숲에서 아웬을 처음 보았다. 29년이 지나 성숙한 모습으로 황야에서 돌아온 아라곤은 아웬과 부부가 되기로 약속했다.

반지의 파괴

제3시대 끝무렵인 3018년과 3019년은 위대한 해들이라고 불린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종족 호빗 중 하나가 절대반지를 모르도르 운명의 산 분화구에 던져넣어 파괴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한명의 마법사와 두명의 인간과 한명의 요정과 한명의 난쟁이, 세명의 호빗이 동행했지만, 반지의 사자는 오직 한 친구하고만 의무를 나눌 수 있었다. 3019년 3월25일 프로도와 샘과 골룸에 의해 절대반지가 파괴됐다.

이것으로 제3시대는 종말을 향해 세차게 다가갔다. 제4시대는 인간의 시대, 그들과 다른 언어를 쓰는 모든 종족이 사라지는 시대가 될 것이었다. 3019년 5월1일 아라곤은 에아르누르왕이 실종된 지 969년 만에 곤도르 왕좌로 귀환했다. 그는 불멸을 포기한 아웬과 결혼해 120년 동안 곤도르를 통치했고, 친구 메리와 피핀 곁에 묻혔다. 프로도는 3021년 회색항구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죽음이 없는 땅으로 향했다. 그와 함께 제3시대는 마침내 끝을 맺었다. 제4시대는 프로도의 친구들에게 좋은 시절이었다. 샘은 일곱번이나 샤이어 시장을 역임했고, 제4시대 61년 프로도와 함께하기 위해 배를 탔다. 호빗 지도자 사인이 된 피핀과 위대한 노룻골 영주 메리는 행복한 세월을 보내다가 곤도르에 머물렀고 그곳에 묻혔다. 120년 3월1일 엘렛사르왕 아라곤이 죽었다. 눈동자의 빛을 잃은 아웬은 로스로리엔에서 홀로 지내다가 봄이 오기 전에 죽어 아라곤과 결혼을 약속했던 케린 암로스 언덕에 누웠다. 아라곤이 죽은 해, 김리와 레골라스는 회색배를 타고 서쪽을 향해 바다를 건넜다. 이로써 반지의 우정에 얽힌 모든 이야기가 중간대륙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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