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반지의 제왕> 총정리 [1]
2003-12-1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ALL ABOUT THE LORD OF THE RINGS

첨단의 기술과 담대한 모험심이 낳은 거대한 신화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내가 만든 최고의 영화들이다. 앞으로는 내리막길만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잭슨은 이 시리즈 덕분에 개런티가 2천만달러까지 치솟았고, 내년엔 염원하던 대작 <킹콩>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는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다시 만나기 힘든 영화가 될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처음 두편은 전세계에서 29억 달러를 긁어모았지만, 이 수치는 영화 자체에 비하면 그리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원작이 출판된 지 46년 만에야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 거대한 신화는 첨단의 기술과 끝도 없는 수공, 무모한 꿈, 헌신적인 인력, 담대한 모험심이 한자리에서 만난 전대미문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은 중간대륙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연대기다. 이 소설은 1978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그조차 허공에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기에는 힘이 모자라 중도에 여정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판타지가 아니라 일종의 역사극”으로 생각했고, 현실 속의 공간에 호비튼과 모르도르와 리벤델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마모되지 않은 산맥이 남아 있는 뉴질랜드에.

분명 <반지의 제왕>은 가속도가 붙은 컴퓨터그래픽 기술 개발의 성과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영화였을 것이다. CG이면서도 배우처럼 보이는 골룸이나 날쌔고 거대한 거미 쉴롭, 매시브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실제 엑스트라를 동원한 것처럼 다채롭게 움직이는 오크 군대는 할리우드에 기반하지 않은 변방 뉴질랜드 기술의 승리다. 동시에 <반지의 제왕>은 컴퓨터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기질도 있다. 이 시리즈는 하나하나 사슬을 엮어 만든 수천점의 갑옷, 몇 시간씩 걸리는 특수분장, 손으로 문질러 세월의 때를 입힌 세트, 똑같은 옷을 입은 키작은 대역배우들을 비슷한 비중으로 활용했다. 앞질러 나가는 기술과 누구보다 향수어린 공예. <반지의 제왕>은 원작만큼이나 넓은 품으로 영화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끌어안았다.

<반지의 제왕> 3부작에 들어간 제작비는 2억8100만달러다. 엄청난 액수처럼 보여도, <타이타닉>은 1997년에 이미 영화 한편의 제작비로 2억달러를 쓰는 기록을 세웠다. 정작 엄청난 것은 고전이 된 원작과 그 원작에 집착하는 애정이다. 톨킨 같은 작가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전무후무한 영화가 될 3부작. 그 의미를 평가하는 건 조금 뒤로 미루어두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이해만. 한 사람의 머리 속에 다 담기 힘든 그 영화의 인물과 지명과 역사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매년 12월을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던 3부작에 작별을 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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