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국가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 <실미도>와 강우석 [2]
2003-12-20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국가의 탈신화화와 관객 교감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실미도>의 감독 강우석

촌스럽고 솔직한 블록버스터를 찍고 싶었다


강우석 감독은 달변이다. 말도 빠르고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아직 관객이나 평론가의 반응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일단 말을 시작하면 거침이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 그것이 강우석 감독의 성공비결이고 에너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실미도>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한국영화의 현재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첫 기자시사회가 열린 지난 12월10일에 김봉석, 남동철 두 기자가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남동철 | 슬픈 영화 또는 눈물나게 만드는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연출했다.

강우석 | 슬픈 영화를 찍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찍다보니까 영화가 슬퍼지더라. 장면장면이. 실화에선 훨씬 처참한 장면이 많은데 꼭 그대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했던 게 많다. 예를 들어 <복수는 나의 것> 보면 참 잘 만든 영화다. 하지만 과연 관객이 좋아할까 의구심이 생긴다. 관객이 그 정도 봐줄 여유가 있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공공의 적> 찍고 나서 ‘강우석은 작가다’ 이런 말 듣는 거다. 갑자기 재미있는 영화 찍던 놈이 아주 성숙한, 뭔가 달라진 듯한, 그런 게 난 굉장히 부담스럽다. 나 다시 돌아가야 되고 내 영화 좀 촌스러워야 하는데. 내가 자위하는 건진 모르지만 나는 앞으로 오랫동안 즐거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 그런 게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면 내 영화가 너무 겉치장을 하고 있나 싶다. 그래서 이 영화 찍으면서는 김성복 촬영감독한테도 다큐멘터리처럼 거칠게 가라, 그랬다.

김봉석 | 그동안 코미디를 많이 찍었는데 <실미도>는 비극이고 드라마다. 순수하게 비극을 찍는 건 처음인데 찍으면서 느낌이 다른 영화랑 많이 달랐나?

강우석 | 그게 아니라 나는 모든 상황에서 웃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자체가 역겹거나 관객이 원치 않는 웃음을 만들면 그건 내가 바보되는 거니까. <실미도>는 시나리오 보면 웃기는 데가 하나도 없다. 숙이고 숙이고 그러는데 숙였다가 맞는 장면, 그건 안 웃어도 좋은데 웃으면 약간의 고급스러움이 통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찍었다. 시나리오엔 없는데 만들어 넣은 장면이다. 영화 전체가 워낙 무거우니까 조금은 웃으면서 가자, 한 거고 ‘영화 길거든요, 편하게 보세요, 편하게’ 그런 거다.

‘중앙정보부가 국가냐’ 하는 장면 찍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남동철 | 주인공이 여럿이지만 <실미도>의 주인공을 굳이 꼽으라고 하면 인찬(설경구)과 교육대장(안성기)이다. 둘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은 건 두 사람이야말로 실미도 사건이 갖는 아이러니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빨갱이를 증오했던 인물이 빨갱이로 몰려서 죽고 군인정신에 가장 투철했던 인물이 명령에 불복해서 죽는 아이러니 말이다. 영화의 중심축을 뭘로 놓을까,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 점이 포인트였던 것인가?

강우석 | 거의 틀림없는 얘기다. 그런데 실화에선 교육대장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 시나리오에 보면 역사성 때문에 박통이 나오고 공군부대가 나오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건 궁극적으로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와 관련있다. 사실 나는 손쉬워서 국가를 들이대고 중앙정보부를 들이댄 게 아니다. 너희들은 국가라고 얘기하는데 이게 무슨 국가냐, 한 개인의 소유물이지, 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가에 충성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였나? 박정희한테 충성하고 전두환에게 충성하는 거였지. ‘중앙정보부가 국가냐’ 그 말 하는 장면 찍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 과거에 국가에 충성한다, 그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한테 충성하는 거 아니었나? 난 요즘 노무현 흔들리는 게 너무 보기 좋다. 세상이 진짜 좋아지고 있구나. 진짜 민주화되고 있구나, 싶다.

김봉석 | 코미디 감독이라는 평판을 얻긴 했지만 강 감독 영화는 초기작부터 늘 사회적인 얘기가 깔려 있었다. 농촌문제라든가 입시교육 문제라든가. 영화를 만드는 기준이 그런 데 있는 거 같다.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고 그걸 영화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강우석 | 변명이라면 관객이 영화를 보는데 내 이야기처럼 볼 수 있게 잡아낸 거다. 감독이 느끼는 사회적 의무, 그런 건 아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잡아가면 관객과 대화하기가 편해진다. 내가 무슨 사회병리를 고발하고 주장하고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아니, 어떻게 성적 때문에 자살하냐, 그러면 내 일 같고 옆집 일 같고 그렇지 않나. 사회적으로 비판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래서 비판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좋은 거고. <투캅스>도 내가 부패경찰 건드려서 얻을 게 뭐 있겠나. 우리 이렇게 산다. 아무리 잘난 척하고 청렴한 척하지만 박중훈이 나타나면 사회가 얘를 바로 감아버리잖아.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내가 한겨레 정신으로 영화 만들진 않는다. (웃음)

김봉석 | (웃음) 그런 정신으로 만든다는 건 아니고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와 비교하면 뚜렷한데 영화를 사회적 이슈로 바라보게 만드는 지점이 언제나 존재한다.

강우석 | 그건 좋게 봐주는 거고. 이렇게 가면 관객이 볼 때 호흡이 좋아진다, 그런 입장이다. 황당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실제 있는 일 같은 거다. <투캅스> 때 엄청 기분 좋았던 게, 지나가면서 화장실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야, 이거 골때리게 웃었는데 내용이 만만치 않지 않냐’ 그러더라구.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그 말 한마디로 정리되더라.

교육대장의 선택은 가장 고심해서 결정한 대목

남동철 | <실미도>를 만든 이유 중 하나로 <황야의 7인>이나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소림축구>를 좋아한 이유도 그런 거 같은데.

강우석 | 맞다. 상황 자체가 엄청 영화적이지 않나. 무조건 재미있을 거 같고. 정말 <실미도> 왜 하고 싶었나, 속에 있던 얘기를 하자면 <더 록> 보고 <다이하드> 보면서 내가 영어만 잘하면 저런 거 정말 잘 찍을 자신있는데,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가 작은 영화들은 미국보다 잘 찍는데 결국 안 되는 게 뭐냐하면 블록버스터다. <실미도>를 붙잡은 이유도 걔들이 물량공세로 나올 때 우리도 그런 영화가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이면서 말이 되는 영화. 과거라면 내가 강제규 영화 잘되길 바라지 않겠지만 지금은 정말 잘 찍으라고 응원한다. 왜 우리나라 영화는 비수기에만 되고 방학시즌엔 점유율이 대폭 떨어져야 하나? <실미도> 소재가 내게 왔을 때 반가웠던 건 얘기 자체가 말이 되는 거다. 말이 되는 오락영화를 해보자는 거였다. 스크린쿼터도 마냥 계속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한국영화 점유율이 50% 넘는데 이렇게 몇년 가면 더이상 할말도 없게 된다. 대작이 앞으로 잘해줘야 한다. 자, 그럼 내가 반대로 질문하고 싶다. 지금 20대 관객은 세련된 화면을 좋아하는데 <실미도>의 미장센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나?

남동철 | 사실은 영화를 보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이 영화의 음악이다. <더 록> 같은 느낌의 음악이 흐르는데 화면은 <더 록>의 세련된 이미지가 아니다. 거기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두 번째는 마지막의 교육대장의 선택이다. 과연 자기 부하가 몰살당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하면….

강우석 | 가만, 그 부분만큼은 변명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야 하는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한 거다. 교육대장의 선택은 내가 가장 고심해서 결정한 대목이다.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다. 양쪽에 다 알려주고 니들이 선택해라, 난 죽는다, 이런 거다. 사실 대장은 그렇게 죽지 않았다. 망치로 맞아죽었다. 대장이 엄청난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고 존경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자기 방에 총을 걸어놓고 아무나 나 쏘고 싶으면 쏴라, 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 사람이라면 난 이렇게 했을 거다, 라고 연출한 거다. 그 선택은 내 선택이다. 만약에 비난이 온다면 그건 할 수 없다. 나라면 그렇게 할 거니까. 굉장히 고민했다. 실화는 인찬이 망치로 때려죽이는 거다. 대장의 선택이 거북했다면 그건 정말 내가 비난받아 마땅하다. 남 기자가 거북했다는 건 나니까 할 수 없어, 그건. 어차피 이 영화는 내 영화니까. (웃음) 초반에 <더 록> 같은 음악이 불편했다고 하는 건 프롤로그니까 그냥 흘러가듯이 봐주라, 하는 거다. 버터 냄새 나고 그런다는 건 나도 이해하는데 흘러가는 거니까. 60여편 편집하며 관객을 알았다

김봉석 | 개인적으로 <실미도>를 좋게 봤는데 왜 그랬냐면 어떻게 봐도 무거운 소재의 영화인데 가장 굵게 남성적으로 풀어갔기 때문이다. 그게 이런 소재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보였다. 솔직한 표현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실미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을지 궁금하다.

강우석 | 내가 이미 <공공의 적2>를 찍겠다고 했는데, 사실 내가 인생관이 바뀌었다. <공공의 적>이 그 기로에 있었다. 왜 내가 <공공의 적>을 기로라고 하냐하면 그 사이에 제작하면서 60여편을 편집했다. 그걸 극장에 걸면서 관객과 승부를 해봤다. 그러면서 느낀 게 관객은 자기보다 조금 앞서가면서 솔직하게 승부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살인의 추억>도 그래서 잘된 거 아닌가. 뻔뻔하고 유치한 면도 있지만 등장인물이 다 솔직하다. 그게 먹힌 거다. 봉준호가 그렇게 솔직한 놈인 거 같고. 영화가 솔직하면 된다. 안 해야 할 영화가 있다. 김성수 <영어완전정복>, 그거 안 해야 할 영화거든. 개인이 자기 삶이 있으니까 한 건데 바로 다시 돌아가잖나. 잘하는 걸로 평가받는 게 낫지. 뭐, 내가 멜로영화를 못 찍는다구, 갖고와, 한번 해볼게, 그래서 잘 찍으면 뭐할 거야. 내 위선이 다 드러나는 건데. 내가 <공공의 적>을 통해 얻은 관객과의 교감이 있다. 비난받아도 좋은데 난 이렇거든요, 난 이거거든요, 이렇게 가야 한다는 거다. 갑자기 내가 강제규 감독, 박찬욱 감독 흉내내고 그러면 난 정말 죽는다. 그렇게는 영화 못 만든다. 자, 내 솔직한 모습으로 가자, 우리 사회의 적을 고발하자, 그게 <공공의 적2>를 만드는 이유다.

남동철 | 솔직함의 표현일 수도 있는데 <실미도>는 직설적인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직설적이기 때문에 갖는 힘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그렇게 직설적인 매체는 아니라고 본다. 실화라 하더라도 해석에 따라 재구성되는 것이고. 어떤 지점에선 갈등했을 것 같다. 직설적으로 밀고가느냐, 우회해서 가느냐에 있어서.

강우석 |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글을 잘 쓰면 논문을 하나 쓰고 싶은데 ‘정말 좋다’는 영화인데 왜 관객은 더이상 오지 않는가? 예를 들면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 우리가 볼 때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었는데 왜 관객은 더이상 찾지 않나? 그게 뭐냐하면 어떤 경계점을 넘고 못 넘고의 차이 같다. 어떤 솔직함이 관객의 양에 안 차는 것이 아닐까? 영화는 너무 좋은데 관객은 찾지 않게 되는 솔직함 혹은 직설적인 힘. 나도 답을 못 찾겠는 게 내가 아는 범위는 이건데 더 세련되게, 더 우회해서 그런 건 못 찍는다. 더 포장해서 관객에게 더 감동을 줄지 모르지만, 대안이 있으면 내가 왜 시도 안 했겠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이 없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촌스러운 영화를 찍자, 했던 것도 그런 거다.

김봉석 | 조 중사와 박 중사의 모습에서 인텔리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번 영화만이 아니라 <공공의 적>에서도 드러났던 면이다.

강우석 | 저번 인터뷰에서도 얘기한 건데 돈 많은 놈, 배운 놈, 잘난 척하는 놈, 그런 사람에 대한 불신감이 내가 비즈니스하면서 하도 겪어봤기 때문에 나온다. 그런 사람들하고 자리를 함께하면 ‘너, 나가’ 하거나 내가 역겨워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도 생긴다. 잘난 척하는 놈, 너 까불지 마, 누가 너보다 못나서 그런 줄 알어, 없어서 참아주는 거지, 하는, 영화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건 일종의 야지다. 야지. 그건 영원히 할 거야. 내가. <공공의 적2>에서 검사를 문제삼는 것도 그런 거고. 영화에서 이런 놈 나빠요, 어때요, 하고 묻는 거고, 나쁜 놈들을 보내버림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거다. 내 열등의식일 수도 있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서비스하는 정신은 그런 부분이 아닐까.

김봉석 | 요즘 젊은 감독들 코미디 보면 재미있고 좋은데 뭔가 빠진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웃음의 코드나 공감의 코드에서 취약한 점이 있는 거 같다. 영화 뿐아니라 요즘 문학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강우석 | 후배감독들의 영화 보면서 나도 자주 느낀다. 잘 만들었는데 허하다, 이런 느낌 나도 많거든. 후배감독들한테 관객을 5초라도 앞서가는 게 감독인데 이 장면 보고 웃지, 우선은 웃지만 나중엔 뭘 보고 웃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날 거다, 그런 말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내가 볼 때 젊은 감독들이 너무 사회경험을 안 해서인 것 같다. 감독이 무슨 예술가인 줄 알고 만날 연출부랑 방에 틀어박혀 있고, 그러니까 영화 보면 폐쇄적이야. 그러니까 코미디도 어른스러운 코미디가 하나도 없는 거야. 그래서 내가 상진이한테 <광복절특사> 보고 그랬어. 야, 너는 어째 갈수록 퇴보하냐? 우선 웃어는 주는데 이게 뭐냐고. <주유소 습격사건> 때는 반짝이는 게 좀 있었다. 조용필 노래 부르고 상황코미디가 있었는데 <신라의 달밤>에서 슬슬 오버하기 시작하더니, <광복절특사>에선 억지로 웃겨대더라구. 내가 하도 뭐라 그러니까 이제 코믹공포영화로 턴했다. 니 영화는 코미디 명장면 중에 1편도 안 들어가, 그렇거든. 니 웃음은 개그콘서트야. 관객이 감독을 깔보지 않고 웃어줘야 하는데 대부분 영화들이 깔보면서 웃는단 말이야. 물론 내가 못 만드는 영화가 있다. 박찬욱 영화, 강제규 영화, 그런 건 나보고 만들라고 하면 못 만든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코미디는 사실 후배들이 하나도 겁이 안 나. 솔직히. 작품성 있는 영화, 그런 건 이창동 감독 다시 끌어내면 되는 건데 관객 상대하는 영화, 그건 내가 보기엔 아직 불모지다. 그나마 장진이나 장윤현이나 이런 감독들이 가능성이 있는데 영화를 자주 안 만든다. 얘들은 자꾸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올림픽 할 때마다 한편씩 만들잖아. 아주, 돌아버린다니까. 한지승은 이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잖아. 연출해야지 뭐하고 있는 거냐고 혼내니까. 그러니까 감독들이 폼잡지 말고 빨리 영화 찍어야 한다. 절대 교수하지 말고.

감독들, 방 밖으로 나와라

남동철 | 얘기를 듣다보면 감독이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그 자의식에 취하면 작품이 나빠진다는 입장이 보인다. 작품에서도 예술한다는 자의식과 거리를 두고 있고.

강우석 | <공공의 적> 보고 나보고 ‘장인에서 예술가로 가는 경계선’ 그런 말 하는 거 듣고 사실 당황스러웠다. 재미있는 영화 찍는다고 만든 건데…. 나한테는 그저 저도 나이 좀 들었거든요, 하는 정도였다. 정말 경계해야 될 것은 감독이 예술한다고 도취하는 것이다. 니들 그렇게 만들어놓고 무슨 예술이냐, 그런 말 하고 싶어진다. 이창동 감독처럼 소설로 그런 내공을 보여준 경우면 모를까. 영화 보면 느껴진다.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그런데 왜 오락영화하면서 예술이라고 생각하냐, 이거지. 박찬욱도 <공동경비구역 JSA>하고나서 <복수는 나의 것> 했다가 한발 물러났지. 그게 <올드보이> 잖아. 그런 거 보면 박찬욱은 앞으로 정말 좋은 감독이 될 거 같다. 지금 나쁜 감독이라는 말이 아니라 이제 알아, 자기가 어떤 영화 찍어야 하는지. 강제규 봐. 솔직하잖아. 전 대작입니다, 그러잖아. 감독이 솔직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는 영화 찍는 놈들이 있다. 윤제균이 이번에 봐라. <색즉시공> 되니까- 그게 아주 아슬아슬한 경계선이었는데- 제작까지 하면서 이래도, 했는데 바로 가잖아.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가만 놔두겠냐. 내가 하도 호통치니까 상진이는 자기 영화에 대한 열등의식을 안다. 그러니까 지금 몸부림치는 거야. 내 경험에 비추면 돈을 따라가는 영화는 안 된다. 작품에만 집중하면 돈이 따라오지만 감독이 제작자로 변신하면서 찍은 영화, 그건 거의 안 되요. 이번에 강제규가 잘될 거 같은 건 뭐냐하면 끝까지 몰렸거든. 시네마서비스가 살아남은 것도 돈, 돈, 돈, 그랬으면 벌써 죽었을 거다. 벌면 다 투자하고 그래서 살아남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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