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이해준_ 결국 김진민 감독이 프로젝트를 다시 하자고 한다. 김지혜 작가에게 원고를 넘겼다.
김지혜_ 난 왜 이럴까. 다시 시나리오를 가져오면서 또다시 “2주 만에 끝내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잘 안 된다. 이 시나리오는 끝이 안 나는 게 운명인지도 몰라, 하면서 ‘네버 엔딩 스토리’를 떠올린다.
2002년 7월
김지혜_ 야속한 세월이여. 벌써 여름이다. 그동안 감독에게선 드문드문 전화가 왔었다. 차라리 화라도 내면 좋으련만. “아, 독촉드리려고 전화한 게 아니라 뭐하고 지내시는지 궁금해서…”라고 깍듯이 말한다. 끊고 나면 왠지 슬퍼질 정도다. 요즘엔 공손한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미안해서 안 되겠다. 다시 시나리오에 몰두하기로 결심한다.
2002년 8월
이해영_ 대단하다. 약속을 지키다니. 비록 6개월이 지난 뒤지만, 김 작가가 쓰기 시작한 뒤 ‘2주 만에’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됐다.
2002년 10월
이해준_ 제작사가 결정됐다. 싸이더스에서 독립한 김재원 우리영화 대표가 결국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다. 이제 다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2003년 1월
이해영_ 드디어 2고가 완성됐다. 초고를 바탕으로 좀더 매끄럽게 고쳤다. 해준의 제안으로 제목도 <안녕, 유에프오>로 바꿨다.
김지혜_ 3번째 원고를 만들고 감독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마지막 부분 UFO와 관련된 사건을 해소할 수 있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2003년 8월 1일
이해영_ 드디어 영화가 크랭크인했다. 정말로 이 시나리오가 7년 만에 우리 손을 떠난 것이다.
이해준_ 조용필씨가 섭외되지 않아 전인권씨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인권씨도 좋아하고 훌륭한 인물이지만, 해영과 구상한 다른 아이템에 등장시킬 생각이었는데 약간 아쉽다. <친구여>를 <행진>으로 바꾸기로 했단다.
김지혜_ 영화 제목이 <안녕! 유에프오>란다. 이해준 작가가 지은 <안녕, 유에프오>의 느낌과는 매우 다르다. 이상하다. ‘Hi’와 ‘Good Bye’의 차이와도 비슷한데.
2004년 1월 12일
이해영_ 기자시사회를 보며 딸을 시집보내는 아비의 심정을 느꼈다. 시원섭섭하다. 해준과 나에게는 정말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작품인 탓에 더욱 그렇다. 기특하다는 느낌이 드는 한편, 내 처지와 능력을 절감하게 된다.
이해준_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한참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혜_ 시나리오라는 게 손 안의 골프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잘난 맛에 하는 일이고 그런 것에 위안 삼는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
* 이 글은 이해영, 이해준, 김지혜 작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