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홉살 인생> 꼬마들이 쓴 촬영기 [2]
2004-03-19
정리 : 박은영

2003년 11월23일 일요일

여민_ 연속 촬영 몇 주째

오늘은 싸우는 신이다. 보조 출연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왔다. 노인회관이 좁아서 할아버지들에게 미안하고 정신이 없었다. 계속 연속 촬영 몇 주째. 이제는 몸이 아프고 감기가 온다. 오늘은 다행히 일찍 끝났다. 피곤하다. 나보다 물통 메는 아저씨가 더 힘들어 보인다. 미안하다.

2003년 11월27일 목요일

여민_ 홍보 비디오

아침 8시 집합. 날씨가 흐려서 홍보 비디오 찍는 데 힘들었다. 원래는 오늘부터 촬영인데 비가 와서 30일부터 찍는다. 홍보팀 누나 형들이 잘해주었다. 나는 눈에 카리스마가 없어서 홍보 비디오 찍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기종, 금복, 제비, 우림, 나, 다섯명 다 고생하고 잘 찍었다. '

2003년 11월30일 일요일

우림_  두 번째 촬영

오늘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촬영을 하는 날이다. 점심을 먹고 한참 기다리다가 촬영을 했다. 랩을 칭칭 감고 물에 들어갔다. 빠지는 것을 내가 하지 않고 대역을 썼다. 어떤 언니가 대신 했는데, 나와 같은 옷을 입었다. 내가 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예상외로 촬영은 쉽게 끝났다. 날씨도 따뜻하고 물도 많이 차갑지 않았는데도 촬영 도중에 입이 덜덜덜덜 떨려서 꾹 참고 있었다. 많이 추웠지만 규민이 아버지 어머니께서 차에 태워주셔서 추위도 빨리 가시고 너무 감사했다. 촬영이 어렵지 않아서 안심했고 너무 기쁘다.

금복_  우림, 여민, 물에 빠지다

출동! 우리반 아이들이 모였다. 긴급 사태였다. 우림이가 물에 빠져서 여민이가 구하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우리반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었다. 나중에 하상사 아저씨와 담임 선생님, 그리고 나, 기종이, 칠순이가 출동하는 장면이었다. 아, 오늘 더웠는데, 우림이 여민이는 좋겠다.

2003년 12월1일 월요일

여민_ 신기한 소품, 의상

화순에서 촬영했다. 몸이 피곤한데도 6시에 일어나서 촬영지를 갔는데 윤희 누나 옷이 없어서 12시까지 지루하게 기다렸다. 오늘은 똥 푸는 것 세어주는 신이다. 너무 웃기고 지금은 볼 수도 없는 똥지게였다. 하여간 영화팀들은 소품이나 의상을 어떻게 그렇게 잘 구하는지 신기하다.

2003년 12월8일 월요일

검은 제비_  취소

원래 오늘이 촬영날인데 토끼장 찍고 다른 것 이것저것 하다보니 촬영이 취소됐다. 그래서 조감독님에게 물어보니까 내일도 못 찍고 금요일날 촬영이 변경됐다고 했다. 아이고야, 정말 짜증이 났지만 꾸욱 눌러 참고 한숨을 내쉬었다. 엑스트라까지 피곤하게 왔다갔다 시키고 우리 부산 사람들도 순천까지 3시간 반 걸려서 지루하게 왔는데, 이렇게 걸린 게 약간 싫기도 하지만 영화 찍는 게 내 적성에 맞으니까 그리고 재밌으니까 한다. 어쩔 땐 하늘만큼 땅만큼 좋다. 후회감은 전혀 없다.

2003년 12월12일 금요일

우림_  거센 추위

# 오늘은 딱 2신밖에 못 찍었다. 항상 스케줄표의 계획대로 못하지만 거센 추위와 자꾸만 해를 가리는 구름 때문에 촬영이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석이(여민이)는 비 맞는 신이 있었는데, 살수차까지 출동! 나도 딱 1년 전에 촬영하느라 공원에서 쫄딱 젖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세서 추웠고, 감기 더 걸릴까봐 걱정이다. #

2003년 12월13일 토요일

검은 제비_  고릴라 vs 검은 제비

# 촬영이 있어서 오늘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무슨 촬영이 있냐면 엄청난 전투신. 고릴라와 검은 제비와의 전투신이다. 난 지난번에 여민이와 싸우는 것을 촬영한 적이 있어 용기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용기와 자신감이 있는 것은 잠시뿐. 그때보다 더 어려운 액션이었다. 첫 장면은 나무 둘레를 돌며 서로 노려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는 것이었다. 첫 번째 싸우는 장면은 내가 먼저 발로 차면 고릴라가 내 발을 잡고 날 잡으려고 달려올 때 내가 도망가고 한번 더 고릴라가 달려올 때 난 밑으로 수그리며 때리다가 고릴라에게 업혀서도 때린다. 고릴라가 날 내팽개치고 달려올 때 흙을 뿌리고, 머리로 받고, 또 깨물어버린다. 그러면 고릴라가 날 발로 차고 깔아버린다. 잠깐, 내가 제일 하기 싫은 게 고릴리가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그리고 가짜 코피를 묻히는 건 괜찮은데 너무 오래 있어 찝찝했다. 게다가 너무 오래 땅바닥에 누워 있어 추워서 손과 발에 감각이 오지 않았다. 이제부턴 웬만한 추위는 다 참아낼 수 있고, 어려운 촬영은 다 끝이 났다. 학교 가면, 내가 이것을 촬영했다고 자랑해야지! #

:: 캐스팅에서 촬영까지

꽃피는 과정을 지켜보다

어린이들이 이끌어가는 영화를 맡으면서, 윤인호 감독은 캐스팅 원칙을 하나 세웠다. 연기 경험이 너무 많은 노련한 아역 스타, 연예인을 지망하는 연기학원생은 ‘제치자’는 것이다. ‘트레이닝’을 받은 아이들의 연기란 것이 너무 획일적이라고 느껴온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시골 아이들 중에서 역할 이미지와 어울리고 끼가 있는 아이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골 초등학교의 연극반과 합창반, 길거리와 해수욕장을 훑어 찾아낸 아이들을 오디션장으로 불러내 캐스팅을 마무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4개월. 모두 1500명의 아이들이 거쳐갔다. 최종 합격자 중에는 부산 아이들이 가장 많았고, 대부분 지방 출신이었는데, “지방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더 풍부하다”는 감독의 ‘경험’에 입각한 결론이었다. 주인공 김석과 이세영을 제외한 나머지 아역 전원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초짜들로, 감독은 앨범 등을 입수해 각자의 성장 배경과 성격 등에 기반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이와 놀면서 관찰하기, 역할과 상황 이해시키기. 물론 상당한 이해심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꽃이 피는 과정을 지켜본” 기쁨과 보람도 만만치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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