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홉살 인생> 꼬마들이 쓴 촬영기 [3]
2004-03-19
정리 : 박은영

2003년 12월17일 수요일

우림_  나쁜 놈

오늘은 비를 아주 실컷 맞았다. 교실에서는 내다보다가 얼굴 다 젖고, 두 번째 신은 우산을 쓰고 여민이가 토끼 밥 주는 것도 1번에 OK, 고마워하는 것도 1번에 OK, 마지막으로 여민이 얼굴 따는 데 두번이나 자기 찍는다고 나는 등 다 맞고 머리 젖고, 그래도 촬영이라 꾹 참았지. 나~~~아~~~쁘~~~은~~~넘~~~!

2003년 12월18일 목요일

우림_  우림이의 첫 등장

# 촬영한 지는 꽤 되었지만, 오늘이 우림이가 처음 등장하는 날이었다. 새침데기, 미워할 수 없는 허풍선이 우림이의 첫 등장이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천사 같이 오는 우림. 속내가 궁금하다. #

여민_ 첨 먹어본 꽁보리밥

점심 시간 보리밥 먹는 신이다. 나는 완전한 보리밥이라 억지로 먹고 체해서 토하고 약 먹고 겨우 찍었다. 옛날 도시락이 이상하게 생겼고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하다. 영화를 위하여 소품들도 신기하고 특이한 것을 많이 구해 오셨다. <아홉살 인생> 영화의 전 스탭이 노력하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2003년 12월23일 화요일

여민_ 따귀신,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숙소에서 나오니 좀 추웠다. 오늘은 선생님께 맞는 신 찍는 날이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다고 엉덩이 때리는 신으로 하자구 자꾸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그냥 따귀 맞는 신으로 무자비하게 맞았다. 맞으면서 허리를 삐었다. 아파도 참고 한번에 OK했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니 허리를 삐었고 타박상이 심하다 했다. 때리는 선생님도 감독님도 모든 스탭들도 미웠다. 이렇게까지 찍어야 하는지 엄마는 계속 울고 계셨다. 처음으로 나도 많이 울고 힘들었다.

2003년 12월24일 수요일

금복_  모두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아이들이 다 모였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 이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티를 했다. 진실 게임도 하고 말이다. 댄스로 진실 게임을 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춤추기. 나는 없어서, 제일 친한 김규민을 뽑았다. 김규민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여기는 없으니까 친한 나를 찜했다. 파티에 어울리지 않는 싸움 같은 것이 있었지만, 참 즐거웠다.

2003년 12월27일 토요일

기종_  허무한 촬영

오늘 촬영을 했긴 했는데, 대사는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었다. 대사는 그냥 ‘와’ 하는 것밖에 없다. 내용도 없는데, 대사라도 조금이라도 넣어주면 좋은데, 짜증났다. ‘소풍이요’랑 ‘와’ 하는 것밖에 없으니. 차라리 이럴 바엔 모텔에서 쉬고나 있을걸. 으아, 울음이 나온다. 대사 좀 많이 만들어줘요.

2004년 1월6일 화요일

기종_  반장 패는 날

퍽! 퍽! 교실 전체로 울리는 소리는 뭘까. 오늘은 내가 아주 친한 반장(규민이 형)을 패는 신이다. 나는 마음이 아파서 울고, 규민이 형은 아파서 울고, 아마도 그게, 8∼10번은 갔을 거다. 나는 참 나쁘다. 계속 NG나 내고. 주먹으로 때려야 되는데, 옆으로 때렸다. 나도 아프다. 무술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하고. 규민이 형이 많이 아프겠다. 규민이 형, 내가 오늘 좀 심했지? 나도 마음이 좀 아프더라. 미안해.

2004년 1월25일 일요일

금복_  눈물 연기

아! 눈물 연기가 요즈음에 왜 이렇게 잘되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공부하다가 엄마 몰래 눈물 연기를 하면 정말 잘된다. 아 참, 비밀이 있는데, 정말 내가 못생긴 걸까. 엄마 아빠께서는 저렇게 못생겼는데 어떻게 영화배우냐고 뭐라고 하신다. 그럼 진짜 걱정이 된다. 허걱! 왜 나는 못생겼지? 이런 생각 말이다. 아무튼 걱정이다. 좀전에 엄마 시장 가신 사이에 집게로 코를 높이려고 집고 있는데 엄마가 집에 오신 것이다. 자국이 났다. 그것을 안 보이게 하느라고 진땀 좀 뺐다.

2004년 1월31일 일요일

기종_  마지막 촬영

아∼ 더 하고 싶기도 하고 그만 하고 싶기도 하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촬영이다. 아쉽기도 하다. 오늘 신은 우림이 갈 때 여민이한테 전해달라고 선물을 줘서 그걸 받아 여민이한테 주는 신이다. 대사가 많았지만 외워서 했다. 눈이 오는 신이라 산에 눈이 쌓여서 발이 시렸다. 좀 따뜻하게 하려고 돌아다니는데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신이 하나밖에 없었고, 형은 많았다. 심심해서 썰매나 탈 겸 기다린다는 식으로 비닐이나 포대를 찾았는데 없어서 잠바 가지고 타다가 혼났다. 비닐을 발견하고 타는데 사람들이 간다기에 급하게 내려왔다.

* 아이들이 언급한 촬영내용 중 일부는 편집관계로 완성본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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