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안젤리나 졸리, 에단호크의 <테이킹 라이브즈> [2]
2004-03-23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여자 주인공 같은 역이다"

배우 에단호크 인터뷰

지난해 가을 부인 우마 서먼과 별거에 들어간 소식이 알려지자 그는 지난 몇달간 타블로이드 잡지에 단골로 등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에단 호크와의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홍보 담당자가 먼저 들어와 “영화에 관련된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졸리와는 상반되게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호크에게, 놀랍게도 함께 인터뷰를 하던 기자들은 서먼과 관련된 질문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나는 내가 배우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역할을 맡으려고 노력한다. 이 작품도 지금까지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응했다. 물론 안젤리나와 지나 롤랜즈 등과 같은 연기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유가 됐다.

-당신과 안젤리나 졸리의 캐릭터 사이를 설명해달라.

=안젤리나의 캐릭터는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FBI 프로파일러이고, 내 역할은 살인범을 목격한 아트 딜러다. 이 캐릭터를 잘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젤리나의 역할은 할리우드영화에서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의 역할이다. 안젤리나가 남자 주인공 역을, 내가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

-당신의 캐릭터는 위험을 무릅쓰고 경찰 수사에 협조한다. 왜 그랬나.

=아마도 여자 FBI 요원 앞에서 약하게 보이는 게 싫어서 그런 게 아닐까. (웃음) 그래서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모험을 하는 것 같다. 남자의 ‘마초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베를린영화제에서 <비포 선셋>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하는데….

=그 소식이 여기까지 전해졌나? 개인적으로 무척 애착이 가는 영화다.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가 작은 영화였는데, 그 영화의 속편을 만들 기회가 주어져서 무척 기뻤다. 미국에서도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다.

-배우는 물론 감독, 소설가로도 활동했는데, 지금 당신에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그게 현재 내가 매일매일 신경쓰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마 질문에서 약간 벗어난 대답이었지? (웃음) 연기자로 시작을 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내게는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 인터뷰

"사람 냄새 나는 여자 수사관이 마음에 들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출연이 이어지는 안젤리나 졸리. 현재 가장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여배우 중 하나지만, 기자 회견장에 나타난 그녀는 메이컵 없이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조금 전까지 아들 매독스와 함께 있다가 왔다는 그녀는 무척이나 편안하게 보였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여자 수사관 역을 보면 대부분 차갑고 터프하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일레이나 스콧은 강하고 지적이지만 동시에 약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FBI 에이전트와 연쇄살인범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각도로 보여줬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에단 호크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결정하기 쉬웠던 것 같다. (웃음)

-역할을 맡으면, 집으로까지 캐릭터를 가져가는 경우는 없는지.

=전에는 캐릭터나 영화에 대한 일을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가 있으니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은 촬영장에서 끝내도록 노력한다.

-베드신에서, 에단 호크는 끝까지 옷을 벗지 않았는데.

=아… 그 장면. 전적으로 내 아이디어다. 그때까지 강하게만 보여왔던 캐릭터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가장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단과 D.J.(감독)에게 제안을 했다. 내 캐릭터는 누드로 가는 대신, 에단의 캐릭터는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으로. 에단이 무척 좋아하더라. (웃음)

-남자와 손만 잡아도 새 애인이라고 소문이 나는데, 이런 가십에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가십에는 신경 안 쓴다. 남자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 매독스에게 좋은 아버지를 찾고 있지는 않다. (웃음) 그냥 내 자신이 ‘싱글 맘’이라고 생각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십 기사에 내가 결혼한 남자와 연인 사이라는 내용이 나올 때에는 무척 걱정이 된다. 내가 그냥 무시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런 기사 때문에 한 가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깨지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겠나.

-캐주얼한 옷도 그렇고, 안색도 그렇고 무척 편안해 보인다.

=유엔 사절로 활동하고, 영화촬영을 하면서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런 경험 때문에 더 많은 것에 대해 눈뜨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매독스를 키우면서 점점 더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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