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팟 (See Spot Run)
2001-06-05
시사실/스팟

Story

우편배달부 고든(데이비드 아퀘트)은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책임감 없는 노총각. 짝사랑하던 이웃 여자 스테파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출장을 떠나는 그녀를 대신해 어린 아들 제임스(앵거스 존스)를 돌봐주겠다고 자청한다. 스테파니의 도착 예정일이 하루이틀 미뤄지고 있던 어느날, 마피아의 표적이 된 FBI 수사견이 고든의 배달트럭으로 뛰어들고,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개를 ‘스팟’이라 이름짓고 기르게 된 고든과 제임스는 마피아와 FBI의 추적을 받는다.

Review

“개가 인간의 친구라고? 웃기지 마.” 공무수행(우편물 배달)을 위해 미트볼 새총과 비눗물총을 상비하는 남자가 있다. 개만 없으면, 아무 생각없는 그에게 세상은 낙원이다. 짝사랑하던 이웃집 여자의 아들을 며칠 돌봐주기로 선심(흑심)쓴 것을 후회할 틈도 없이, 그가 혐오해마지 않는 개 한 마리가 그의 일상에 뛰어든다. 졸지에 꼬마와 개의 보호자가 된 그의 혼란스런 생활이라니. <스팟>은 이렇듯 <빅 대디>에 <터너와 후치>를 섞어놓은 듯한 가족용 코미디다.

개를 비롯한 동물이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대개 그렇듯, 이 영화에서 가장 ‘멀쩡한’ 캐릭터는 불마스티프견 ‘스팟’(일명 11호 요원)과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꼬마 제임스다. 어른 캐릭터는 FBI나 마피아나 다들 한 군데씩 나사가 빠진 듯한데, 그중 압권은 주인공 고든이다. 그가 책임을 느끼는 일이란 양치질과 비디오 반납 정도. 그가 한밤중에 속옷 차림으로 개똥 위에서 엎어지고 자빠지거나 장난감가게에서 인간 풍선이 되어 둥둥 떠다니는 모습에는, 꼬마 제임스도 쯧쯧 혀를 찰 지경이다. 그런 그에게도 해결해야 할, 해결할 수 있는 미션이 있었으니 조숙하다 못해 냉소적인 꼬마 제임스와 높은 지능과 절도있는 행동의 수사견 스팟의 빼앗긴 삶을 되찾아주는 것이었다. 엄격한 규율 때문에 ‘놀권리’를 박탈당해온 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내추럴 본 자유인’ 고든의 역할. 어린 제임스에게 ‘안 된다’ 대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는, FBI 수사견을 ‘11호 요원’ 대신 ‘점박이’(스팟)라고 불러주는 고든이 결국은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스팟>은 그러나 가족영화로 부르기엔 조금 어색한 영화다. <스크림> 시리즈의 데이비드 아퀘트가 온몸을 던져 슬랩스틱 연기를 보여주고, <그린 마일>의 마이클 클락 던컨이 사라진 파트너 스팟을 그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동심에 호소하는 듯한 대목과 마피아가 선사하는 과격한 액션과 비뇨기과 조크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다. <코스비 가족 만세> 등 TV쇼 연출 경력이 많은 감독 존 위셀은 온 가족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만들고자 했으나 욕심이 너무 과했다.

박은영 기자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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