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독일영화 빨간불
2004-04-26
영화사들 줄줄이 파산, 지나친 자국관객 의존도 등 위기론 높아져

독일을 대표하는 영화사들이 줄줄이 파산을 신고하거나 선고받고 있다. 지난 4월4일, 예수 수난 금요일을 하루 앞두고 독일 제2의 영화사인 ‘제나토’(Senator)가 베를린 법원에 파산신고를 했다. 지난해 <굿바이 레닌>(사진)과 <베른의 기적>으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고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누적된 채무 1억7천만유로 앞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1주일 뒤 판권보유 면에서 독일 최대였던 ‘키노벨트’(영화세상)의 사장이 뮌헨 재판정에 섰다. 2001년 파산한 키노벨트 사장은 부실경영과 사기, 회계조작 등 소송 15건에 연루되어 있다.

그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H5B5와 배급전문사 헬콘 메디아가 올해 들어 문을 닫았고, 2월에는 영화 <루터>의 성공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베를린의 독립영화사 ‘오트필름’까지 파산위기에 처했다. RTL엔터테인먼트 등 굴지의 영화사들도 수천만유로에 달하는 빚더미 앞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독일 최대 영화제작사인 콘스탄틴필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03년이 독일 영화계 수난의 해였음은 분명하다. 한해 동안 판매된 극장표가 1억4900만장으로 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수익도 2002년보다 11.5%나 감소했다. 도대체 독일영화,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페터 딩게스 독일 영화진흥청장은 DVD와 비디오의 해적판 성행, 위축된 소비심리와 2003년 세기의 무더위 등에서 원인을 찾으며, 그래도 자국영화 점유율 17.5% 증가라는 청신호가 켜진 만큼 독일영화 위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관객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이 6편에 달했음을 본증으로 제시하면서.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독일 감독 겸 제작자 우베 볼은 위기론자다. 일단 독일영화는 자국관객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의 한계가 뻔하고,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한다. 따라서 외국 상영의 경우 아트하우스용, 시네아스트용에 그칠 뿐이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북미의 관객이 가뜩이나 더빙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독일식 유머는 썰렁한 분위기만 자초한다.

볼 감독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게 얼토당토않은 출연료다. 연기력 뛰어난 조연배우를 북미에서 고용할 경우 하루 540달러면 충분하지만, 독일에서는 별볼일 없는 배우조차 수천유로에 달하는 일당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영화의 사활은 전적으로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것과 비용 절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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