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슈렉2>의 공동감독들 / 목소리 연기자들 인터뷰
2004-05-21
글 : 오정연

공동감독 앤드루 애덤슨, 켈리 어즈베리, 콘래드 버논 인터뷰

"대중문화 아이콘 활용한 가족 이야기다"

2인 공동감독 체제였던 <슈렉>과 달리, <슈렉2>는 세 사람의 이름을 감독 크레딧에 올렸다. 그러나 전편에 이어 연출은 맡은 앤드루 애덤슨쪽에 좀더 비중이 실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켈리 어즈베리와 콘래드 버논, 두 사람은 모두 전편의 작업을 도왔으며, 어즈베리는 <스피릿> 등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바 있다.

전편의 통쾌함을 넘어서는 또 다른 재미를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는 어떤 부분에 치중했나.

켈리 어즈베리: 속편을 만들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전편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결국은 똑같은 영화를 두번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인데, 좀더 전편을 발전시켜서 각각의 영화가 따로따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부> 시리즈처럼. <슈렉2>를 만들 때 우리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앤드루 애덤슨: 이번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결혼이 가족간의 결합이라는 것, 그리고 슈렉, 피오나, 덩키가 일종의 가족을 형성한다는 것. 처음에는 피오나의 부모가 늪지대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생각했지만 슈렉이 성으로 가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전편에 비해 영화에 대한 패러디가 더욱 늘어난 것 같다. 그럴 경우, 어린 관객은 영화를 못 봤을 가능성이 많은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콘래드 버논: 우리는 좀더 대중문화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설사 당신이 너무 어려서 <스파이더 맨>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여자주인공이 스파이더 맨에게 키스하는 광고 포스터는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종의 아이콘이 된 것들을 사용했다.

감독이 총 3명이다. 각각 어떻게 영역을 나누었나.

콘래드 버논: 각각이 역할분담이 확실한 팀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유기적인 팀이길 원했다. 한 사람이 바빠서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누구든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어야 했다.

3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나.

켈리 어즈베리: 물론이다. 많은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안 할 것이다.

:: <슈렉2>의 목소리 연기자들 인터뷰

유명배우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목소리를 빌려주는 것은 배우 자신의 이미지까지 고스란히 빌려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는 배우의 이미지로 영화 속 캐릭터를 설명할 뿐 아니라, 그 이미지가 주는 기대를 저버리거나 비꼬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슈렉2>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 루퍼트 에버렛, 줄리 앤드루스 역시 그러한 조롱의 화살을 비껴갈 수는 없는 일.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인 그들은 그처럼 자신의 이미지가 희화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듯 유쾌해 보였다.

● 안토니오 반데라스 (장화 신은 고양이) 그는 정말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사랑하고 있는 듯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귀염 버전을 직접 선보이거나, 진지한 자세로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몇분간의 인터뷰가 끝난 뒤, 그가 자신이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을 남겨놓고 자리를 떴다.

“어느 날 아침 <슈렉2>에 참여하겠냐는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승낙을 했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대본이 어떻든 상관없었다. 처음에는 카메오인 줄 알았는데 비중있는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굉장히 행복했으니까. 장화신은 고양이는 거만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작은 몸을 가진 고양이일 뿐이라는 것, 조로처럼 섹시한 목소리를 가졌으면서도 그렇게 귀엽게 변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어떤 배우들은 자신의 성공작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재생산하지만 나는 변화가 좋다. 배우로서 여러 다른 방향으로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7월에는 멕시코에서 <조로2>를 찍기 시작할 것이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무대에도 서야 한다. 이후에는 그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고. 1, 2년 안에는 힘들겠지만 알모도바르와 함께 <타란툴라>라는 제목의 영화도 찍을 계획이다.”

● 루퍼트 에버렛 (프린스 차밍) 둘러앉은 기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묻고 악수를 청한 그는,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해 먼저 질문하면서 선수를 쳤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자신 역시 프린스 차밍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응수하는 그 모습이 한편 굉장한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프린스 차밍은 자신이 굉장히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굉장히 버릇없는 마마보이일 뿐이다. 하지만 파콰드에 비하면, 나는 프린스 차밍이 완전한 악역은 아니라고 본다. 그저 이기적이고 버릇없고 불평 많은 마마보이일 뿐,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1950년대 유명한 영국 배우 테리 토마스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고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다가도, 뭔가가 잘못되면 울고 불평하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사실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를 요구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것을 연기해야 할지 이미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줄리 앤드루스가 나왔던 뮤지컬들이 너무 좋았다. 오죽했으면 메리 포핀스가 내 엄만 줄 알고, 가족들은 제쳐두고 줄리의 아들처럼 굴기도 했으니까.”

● 줄리 앤드루스 (여왕) 유일하게 <슈렉> 시리즈 속에서 희화화되지 않은 캐릭터. 누군가가 건넨 <사운드 오브 뮤직>의 DVD 케이스에 자신의 펜으로 정성들여 사인을 한 뒤, “마를 때까지 만지지 말라”며 신경 써주는 그 모습은 ‘왕비’처럼 우아했다.

“애니메이션은 내가 예전에 했던 작업들과는 전혀 달랐다. 과녁의 어느 부분을 겨냥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기분이랄까. 감독들은 나한테 한줄의 대사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기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중 하나를 선택한 뒤에야 나에게 원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감독들을 완전히 믿어야 한다. 내가 할리우드에서 배운 것은 모든 것이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모든 사람들이 더이상은 권투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때, <록키>가 만들어졌고, 계속해서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무엇인가가 끝났다거나 한물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할리우드의 모든 변화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작품의 질을 손상해서는 안 된다. 재미 때문에 질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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