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기세등등 vs 여유만만, <투 가이즈>의 박중훈과 차태현 [2]
2004-07-08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박중훈이 말하는 박중훈

“배우가 자생력을 키우려면 그렇게 해야 돼. 명연기는 좋은 작품에서 나오는데, 명배우는 나쁜 작품에서도 배우 가치를 해요. 너도, 자생력을 가지려면 어떤 때는 의존적인 태도를 벗어날 필요가 있는 거지. 독립적으로 생각을 해야 되는 거야. 감독하고 불협화음을 내는 차원은 곤란하지만. 배우로서 장악력이 있어야 내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관객도 장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웃기는 사람은 웃지 않는다

나는 초·중·고, 대학 시절, 사회생활, 영화를 통틀어서, 어느 집단에서든 웃기는 사람으로 통했어. 교회면 교회, 뭐 어느 집단에서든. 중학교 때는 70명 중에 68표 받아서 오락부장이 됐어.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내가 웃어본 적은 별로 없어. 내가 웃음을 찾기는 하지만 나한테 진짜로 웃기는 일, 폭소를 터뜨릴 만큼 웃기는 일은 거의 없다고. 그래서 날 웃겨주는 사람이 너무 고마워. 너무 만나고 싶고. <투 가이즈> 찍을 때 (이)혁재가 무슨 쇼 보여준다고 그래서 내가 웃다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

강기충만 기세등등

내가 겁이 많아. 학창 시절에 싸움을 하게 되면 다리가 너무 떨려. 치아도 떨리고. 그래서 일부러 세게 보이려고 이렇게 (이빨 드러내며) 씨익 웃고 그랬지. 내 이미지가 마초 아닌 마초 같고 에너지도 굉장히 많아 보인다는 건, 내 체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에너지가 많게 보이려고 일부러 노력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왜, 열등감 있는 사람이 울타리를 넓게 치잖아. 진짜로 들어올까봐 무서우니까. 나도 그런 게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집이 아들만 셋이었는데 가훈 하나가 ‘매사는 열심히’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은 정정당당하게’였어. 눈을 보고! 가슴을 펴고! 우리 아버지가 굉장히 기가 센 사람이거든. 그 기를 물려받고, 거기에 ‘정정당당 교육’까지 받고 자랐으니까, 내가 비굴해지면 아버지한테 불효하는 기분이 드는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많은 걸 가졌지만 많은 걸 잃기도 했어. 가장 많이 잃은 건 친구. 그리고 내가 못 가진 것의 대표적인 것 하나가 동정표지. 충무로에서 박중훈에게 동정표 주는 사람은 없잖아. 근데 나라고 왜 약한 곳이 없고, 왜 그런 거 받고 싶지 않겠어. 내가 상복이 없는 이유는, 상을 주려면 심정적인 동정 같은 게 약간은 있어야 하는데, 나한테는 줘봤자 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거야.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웃음)

차태현이 말하는 차태현

“나는 여태껏 감독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아서 감독님이 생각대로 하는 편이었고, 내 생각과 아주 다를 때만 가끔 얘기하는 편이었는데,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 <투 가이즈> 하면서 중훈이 형은, 말 몇 마디 가지고도 촬영 안 하고 계속 얘기하고…. 감독님하고도 계속 얘기하고, 상대배우하고도 계속 얘기해보고. 이런 식으로 일해본 게, 처음이에요.”

웃는 사람은 웃기지 않는다

오락부장? 난 학교 다닐 때도, 내가 자발적으로 손들어본 적이 없어요. 초등학교 때 책 읽다가 울었는데, 뭐. 진짜 내성적이었어요. 근데 왜 연예인이 됐을까. 그게 (물려받은) 끼죠. 우리 아빠는 TV에 못 나와서 괴로워하시는 분이에요. 아니 얘가, 이 정도 컸으면 자기도 (TV에) 데리고 나가고 좀 그래야 하는데, 너무 자기를 막으니까 이제는 얘기도 안 하세요. (웃음) 우리 아버지가 진짜 웃기는 사람이거든요. 진짜 웃겨요. 완전 개그맨이야. 우리 아빠는, PD라서 일반 사람들한텐 유명하지가 않으니까 일단 TV에 나가기까지가 힘들지, 나가면 끝나요. 다 평정이야. 옛날에 우리 가족이 전부 아침 방송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웃기니까 방송 녹화하다가 중간에 쉴 때 김미화 선생님이 우리 아빠 앞에서 무릎 꿇었잖아요.

무념무상 여유만만

내가 마냥 여유있어 보이고, 생각도 긍정적인 것처럼 보이고, 게다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지만, 진짜 생각 많이 하거든요. 사고는 긍정적으로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게 겉으로 보여지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정말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안 보이려고 꾸미다 보니까…. 그래서 피곤한 것도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걸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줄리엣의 남자>도 그렇고. 나 자신조차도 내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저 역할을 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든 작품들이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지금도 나에게서 동일하게 기대하는 것들 때문에 내가 힘들지는 않아요. 대신 이건 부담스럽죠. 박중훈과 차태현이 같이 나왔을 때 기대하는 것. 중훈이 형은 나한테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지만, 내가 그래봐야 영화 다섯편 했는데…. 사람이 그렇잖아요. 자기가 겪어보지 않는 이상 완전히 자기 얘기로 받아들일 순 없는 거거든요. 당연히 형이 얘기해주는 게 다 와닿지 않죠. 형이야, 답답하겠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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