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의 집>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공간인 거미숲의 집은 두개의 다른 시간대에서 전혀 다르면서도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집에서 벌어지는 두번의 잔혹한 살인 사건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지닌 곳이 또 하나의 독립된 공간인 다락방이다. 전남 순천 조계사 부근의 숲속 깊숙한 곳에 실제로 지은 이 집은 1400년 된 원시적인 삼림이 보존된 숲의 이미지와 어우러져야 했다. 송일곤 감독이 의도한 건 이렇다.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지배>에서 받은 느낌을 담고 싶었다. 빛 같은 게 한 군데에서만 나오는. 구조에서는 방과 다락이 중간에 있는 무시무시한 공간을 떠올렸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라는 소설에 거미가 나오는데 그게 다락 안에 있다.
터널은 사건이 종결되는 곳이다. 감독은 낡고 오래되며 비현실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터널을 원했지만 삭막하고 휑한 느낌이 드는 지금의 터널로 낙점됐다. 아직 개통되지 않은 화순의 동복터널을 운좋게 찾았고 터널 중간에 영화 속에서 중요한 장치로 가동되는 낡은 철제문을 달아 촬영했다.
여러 차례의 헌팅을 시도했으나 끝내 적절한 동굴을 찾지 못했고 숲 근처에 동굴 세트를 지었다. 나무뿌리와 덩굴, 그리고 흙의 느낌이 살아 있는 동굴로 만들어졌고, 주인공에게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통로 구실을 한다.
<사진관 오픈 세트>
사진관 오픈 세트는 사건이 시작되는 공간 숲의 입구 역할을 한다. 강민을 거미숲으로 이끄는 신비한 여인인 민수인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실과 비현실이 섞인 공간이어야 했다. 이 사진관은 전남 순천의 강청 마을에 방치되어온 창고를 개조했다. 사진관 안의 민수인 방에는 곳곳에서 섭외해 입수한 가족 사진들에다 하나하나 제작한 액자를 끼웠고, 오래된 느낌을 주기 위해 다시 손질을 가하는 수고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