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돌려차기>의 김동완, 김태현, 현빈, 전재형 [1]
2004-07-22
글 : 박혜명
김동완, 김태현, 현빈, 정재형, 네 배우가 말하는 <돌려차기>의 추억

한남대교 위에서 사진을 찍고 강남의 한 카페로 장소를 옮기자마자 내내 꾸물거리던 하늘이 기다렸다는 듯 비를 쏟아냈다. 학교 양아치들이 태권도부가 된 사연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 <돌려차기>는 여기 둘러앉은 네명의 배우들, 김동완과 김태현과 현빈과 전재형에게 첫 주연작이다. 사실 비중으로만 따지면 역할의 주·조연이 갈릴 수 있지만, 그런 건 이들에게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한두살씩 터울을 둔 형제들처럼 허물없는 친밀감을 주고받은 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마다 또렷한 개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마찰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들은 태권도 훈련기간 3개월과 부산에서의 촬영기간 4개월, 반년을 넘게 함께한 사이였다. 영화에 대한 경험의 유무를 떠나, ‘내가 진짜 주연’이라는 혹은 ‘나는 따지고보면 조연’이라는 자의식도 떠나, 기분 좋은 추억들만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드문 광경 같았다.

동완 | 사무실에서 다들 처음 만났어요. (전재형을 가리키며) 얘가 인상 제일 더러웠어요.

태현 | 진짜 무서운 앤 줄 알았어요. 저런 앤 대하기 좀 힘들겠다….

빈 | 형들한테 욕하고 그럴 줄 알았어요.

재형 | 에헤헤헤….

태현 | 동완이 형은, 영화 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동완 | 얘가, 저랑 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의 동생이에요. 근데 처음엔 못 알아봤어요. 너무 어릴 때 보고 그뒤로 못 봐서.

태현 | 저는 알아봤죠. 그리고 현빈이는 너무 잘생기고….

빈 | (무반응)

동완 | 이번 영화는 그런 게 좋았어요. 영화를 원래 했던 사람들이면 금방 친해지고 그럴 텐데, 저희는 서로 신인이라 어색했거든요. 근데 체육관에 있으면 서로 뒹굴게 되잖아요. 그래서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친해졌던 것 같아요.

태현 | 저는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말을 좀 막 하거든요. 편하게 하려고. 근데 동완이 형이, 한번은 저한테 따로 그러는 거예요. 야, 너, 지윤(문지윤)이한테 함부로 하지 마, 임마. 지윤이 나이 어리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근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기서 지윤이가 ‘어, 태현이 형∼’ 이러고 오는 거예요. (웃음) 그러니까 바로 동완이 형이, 어, 정말 아니었구나. (웃음)

빈 | 감독님이 말이 없으세요. 정말 말이 없으세요. 상황만 일러주시고, 담배나 한대 피우시고, 가만히 보고 계시고.

동완 | 한번 더 해요, 한번 더 해요, 그러면, ‘됐어! 에이, 오버야!’ (웃음)

태현 | 그게 싫었어. 난 한번 더 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말을 못한 건, 있던 것도 없어질까봐…. (웃음)

동완 | 그래도 드라마할 때는, 한번 더 해요, 그러면 그래, 라고 말해주면서도 그쪽에서 갈등을 하잖아요. 근데 우리 감독님은 말씀은 없으신데 갈등은 안 하세요. 감독님께서 귀가 얇으실 줄 알았는데 뚝심이 있으시더라구요.

빈 |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세세하게 지적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우리 감독님은 자유롭게 놔두셨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거 같아요. 현장에서는 서로 리액션 같은 것들을 얘기해주고 그랬어요. 상대방이 생각 못할 만한 것들 있잖아요. 재형이 같은 경우는, 우리가 운동장 뛰는 신이 있었는데, 얘는 극중에서 운동을 잘 못하는 애로 나오잖아요. 그래서 밥 먹고 뛰거나 하면 옆구리 아프니까 배를 움켜잡고 뛰어도 좋겠다, 그런 얘기도 해주고.

동완 | 태현이가 나한테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현빈이는 아주 진지하게, 형, 이건 이렇게 한번 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 이러는데 얘는 유령처럼 옆에 스윽 와서, 장난치는 것처럼 말해요. ‘이렇게 한번 해봐! 싫으면 말고!’ (웃음) 깜박깜박 잊게 되는 것들 있잖아요. 안 해도 되는데, 하면 좋은 것들. 그런 걸 조언해주니까 유용하더라고요.

태현 | 넌 무슨 말 좀 해라. 쩜쩜쩜(…)만 나오겠다.

재형 | 헤헤헤헤∼ 근데, 저는 생각해보니까 그런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요. 형들한테 조언해준 게.

빈 | 그러니까 얘가 여우예요. (웃음)

재형 | 아니, 나는 형들이니까….

동완 | 우리 영화에서 유일한 멜로가 조안씨랑 교정 걸어가는 장면인데, 그 장면 찍으면서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었어요. 저는 그런 장면에서 좀 따뜻하게 말하고 싶은 성격인데, 용객이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근데, 찍기는 되게 빨리빨리 찍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장면 중 하나예요. (흐뭇한 웃음)

태현 | NG는 버스 안에서 하는 액션신에서 제일 많이 났었어요. 그거 하나 찍는 데 2주 걸렸어요.

동완 | 매일매일, 해 있는 동안 촬영하고, 해 떨어지면 리허설 하러 가고.

김동완 | 1979년생

<돌려차기>의 만세고 태권도부 주장 용객. 처음 연기자로 데뷔한 드라마 <천국의 아이들>에서도 서툴지만 진실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던 그의 모습은 이번 영화에도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정성스럽게 연기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김동완은, 따뜻한 이야기와 사랑에 대한 영화를 유달리 좋아하는 로맨티시스트다. 8월 초에 발매 예정인 그룹 ‘신화’ 7집 앨범 마무리 작업 중이다.

김태현 | 1980년생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김태현은 <돌려차기>에서 용객의 절친한 친구 정대를 맡았다. MBC 제31기 공채 탤런트 출신이자 드라마 <로망스> <그대를 알고부터> <옥탑방 고양이>와 영화 <내 사랑 싸가지> 등을 거친 상당한 ‘유경험자’. 틈만 나면 농담을 하고 싶어하는 성격이, 능숙한 애드리브를 보여준 영화에도 반영돼 있다. <돌려차기>의 개봉 다음날인 24일이 되면, 그는 현재 촬영 중인 <청연> 로케이션차 중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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