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 영화 보셨으면 혹시, 540도 돌고 발차는 장면 나왔어요? 두 바퀴 반 돌고 발차는 거.
동완 | 나왔어, 나왔어. 하이라이트에서 봤어.
빈 | 그거 대역없이 한 거예요.
동완 | 우린 큰 사고가 한번도 없었나?
태현 | 한번도 안 났었지. 재형이 바다에 빠진 거 빼고는. (일동 웃음) 바다로 전지훈련 간 장면 찍을 때, 얘가 없어졌어요. 분명히 같이 뛰고 있었는데.
동완 | 파도에 휩쓸려갔더라고요.
재형 | 헤헤헤헤헤∼. 그때만 생각하면 웃겨요.
빈 | 동완이 형도, 상체는 튼튼한데 하체가 부실해서 만날 넘어져요. 바닷가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촬영을 하는데, 야식이 나왔어요. 꽁치랑 닭고기랑 이런 게 나왔는데, 동완이 형이, ‘야, 여기 꽁치 있어!’ 하면서 두손에 음식 들고 달려오다가 파이프엔가 뭔가에 걸려서 붕∼ 날아가 갖고…. (웃음)
태현 | 이 영화가,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저한테는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봤고, 처음으로 대본도 찢어질 때까지 공부하고, 그리고 배우가 연기만 잘해서도 안 된다는 것도 알았고. 나중에 그 어떤 걸 하더라도 <돌려차기>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동완 | 전 주연을 맡은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시작하는 배우들하고 함께할 수 있어서 더 복이 많았던 것 같아요. 왜, 아주머니들이 젊은 애들 보면 자전거도 씹어먹는다 그러잖아요. 그런 걸 이 친구들한테 느꼈어요. 제가 ‘신화’로 데뷔해서 초심이었을 때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제 좌우명이 ‘남자로 태어나서 이 정도도 못하면 죽어라’예요. 그 정도 정신을 갖고 있었는데 많이 약해졌어요. 굉장히 많이. 그런데 이 친구들을 보면서, 얘네들은 참, 머리로 바위도 깨겠구나, (웃음) 그런 패기가 저한테까지 전해졌어요. 제가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으면, 이 친구들은 아예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더라고요. 내가 찌들긴 찌들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강해질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줘서 고맙기도 해요.
빈 | 지금 만약에 <돌려차기>를 다시 촬영하게 된다면, 제가 <논스톱4> 하기 전에 <돌려차기> 촬영을 끝냈고 관객한테는 <논스톱4>가 먼저 보여지는 건데, <논스톱4>를 6개월 정도 하다보니까 애드리브나 순발력이 많이 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다시 <돌려차기>를 촬영한다면 그때보다는 더 여유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민규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딱딱해요. 욕도 이상해요. 남들은 평상시에 하는 욕을 하면, 나는 욕을 해도, 이 자식아, 이 비겁한 자식, 뭐 이런 거예요. (웃음) 그래서 감독님한테, 저는 욕을 다 빼겠습니다, 그랬어요. 근데 그런 딱딱한 대사였지만 지금 좀 알았을 때 했으면 좀더 유연해지지 않았을까. 그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열심히 했는데….
재형 | 아쉬움이 제일 크고요, 그래도 <돌려차기> 하면서 좋았던 건, 제가 하는 거에 비해 너무 많이 저를, 낯뜨거울 정도로, 제가 하는 거에 비해서, 많이 이렇게, 좋은 쪽으로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뭐랄까, 과분할 정도로 저를 인정해주시는 게 많았어요. 저는, 뭐랄까, 아직 부족한데, 아무튼 저한테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맙고 감사하고 그랬던 작품이고요…, 태현이 형처럼, 저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이 해봐서 좋았구요. 저는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생긋) 요즘 들어 생각하는 건데, 굉장히 불량학생 같은데 한 여자를 사랑하는 거예요.
빈 | <늑대의 유혹>의 태성이가 언뜻 그런 역할 같은데? 난 이중인격자 해보고 싶어.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 연기 한번 보고, 난 어디 가서 인터뷰해도 무조건 그 역만 얘기해요. 리처드 기어가 안 보이더라고요.
동완 | 저는, 둘리를 해보고 싶어요. (일동 웃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그래서 그런지, 따뜻한 영화나 한맺힌 사랑 얘기 같은 게 좋아. <집으로…> 같은 것도 좋고. 근데 내가 <집으로…>에서 할머니 역을 할 순 없잖아. 그러니까 <선물>의 이정재 같은 역할 해보고 싶어. 절절한 사랑 얘기. 그리고 남편이나 아빠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빨리 나이가 들어야 돼요. (생긋)
태현 | 난 이 사람만 보면 따라잡고 싶다, 싶은 사람이 있어. 그 사람만큼은 돼야겠다! 알 파치노. 우리의 파치노. 난 뉴욕 갔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어.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나오는데, 내 옆에서 뭔가 광채가 느껴져. 순간 흠칫, 하면서 이쪽을 쳐다봤는데 알 파치노가 야구모자를 쓰고 바로 옆에 딱 앉아 있는 거야. (일동 감탄) 소름이 쫙 돋는데, 내가 못 나가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잖아. 배우가 멋있는 게 뭐냐면, 그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지 않는데도 에너지나 기가 느껴지는 거 같아. (일동, 계속 부러움의 눈빛)
현빈 | 1982년생
그가 맡은 만세고 태권도부의 전 주장인 민규는, 의롭고 솔직한 성격의 용객과 묘한 라이벌 관계에 있다. 현빈은 <돌려차기>를 하기 전까지 연기라곤 드라마 <보디가드>의 3회 출연이 전부였다. “내 또래의 모든 배우들이 라이벌”이라고 솔직하게 말한 그는 “20대엔 연기를 잘하건 못하건 크게 차이가 없지만 30대가 되면 그 차이가 확 벌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
전재형 | 1983년생
김동완, 김태현, 현빈 등 전재형의 형뻘인 세 사람은 그를 두고 자꾸 “천만 배우, 천만 배우”라고 놀렸다. 전재형은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원빈과 절친했던 구두닦이 소년으로 나왔던 배우다. 얼마 전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세 자매의 막내동생으로 촬영을 마쳤고, <몽정기> <안녕! 유에프오> <영어완전정복> 등을 거쳤다. <돌려차기>의 성완이는 태권도를 가장 못하는 아이지만, 전재형은 아주 어릴 때 태권도를 배웠던, 네 사람 중 유일한 ‘유단자’다.